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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8월 12일 수요일 밤 11시 20분, '건투를 빈다' 남은 100쪽 열독중인데 원주의 이질녀에게 문자가 왔다.
"한비야씨 지금 무릎팍 도사에 나왔어. 울 이모가 예능프로 보실까 싶지만서도... 굿나잇!^^
"오호~ 비야언니 나왔다면 당연히 봐야지, "
부리나케 리모컨을 찾아 TV를 켯더니, 지난 31일 작가와의 만남에서 보았던 그 모습의 비야언니가 속사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할 일이 많아서 말도 빠른 그녀,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럼없이 '비야언니' 혹은 '비야누나'라고 부를만큼 친숙해진다.^^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보면서도, 내꿈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큰 꿈을 가지면 좋겠다고 소망한 평범한 엄마였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보곤 광주살이 20년이어도 해남 땅끝마을 한 번 못가본 한을 풀어야지 생각하며, 그녀가 걸었던 발자국을 따라 송정리에서 우리집까지 즐겨 걸었다. '중국견문록'을 보면서 외국어 공부도 이렇게 무대포로 밀고 나가면 되는구나 생각했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보곤 나만 알고 살던 부끄러움에 작은 실천을 하게 됐다. 내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친 그녀, 비야언니를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 칭한다. 많은 이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올인할 때,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구호현장을 누비고 다닌 그녀는 아름답다. 좋은 책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속이 터질 것 같다는 그녀, 비야언니의 긍정마인드와 넘치는 에너지와 식을 줄 모르는 열정도 아름답다. 이제 월드비전의 구호팀장 조끼를 벗고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유학길에 오른 58년 개띠의 그녀는 더욱 아름답다.
이전의 책보다 작은 사이즈의 '그건, 사랑이었네' 표지에서 축복의 보석이 쏟아지는 걸 바라보며 웃고 있는 비야언니는, 차 한 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정말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할 정도로 편안하게 자연인 한비야를 털어놓고 보니 쑥스럽지만, 한편으론 후련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인간 한비야는 세상과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며, 세상과 독자와 자신을 향한 마음 밑바닥에 있는 '사랑'을 들추어 보인다.
한씨, 58년 개띠, 셋째딸, 생김새와 체격, 불광동 독바위 근처,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게 없다는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비야언니는 인생을 재밌다고 호들갑 떨기로 선택한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에서 만난 비야언니는 작가와의 만남 현장의 비야언니가 다르지 않았고, 무릎팍 도사에 나온 비야언니 또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속과 겉이 다르지 않은 사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꾸미지 않은 속살과 맨얼굴의 한비야를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제는 김혜자씨의 조언을 받아들여 화장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더 매력적인 한비야가 되기로 맘먹었다니 지켜보는 재미도 좋을 것 같다.^^
칭찬받으며 자란 유년기, 자신을 키운 팔할은 아버지와 함께 한 등산이었다는 그녀. 중2때 아버지의 죽음, 재수하고 간 대학에서 만난 첫사랑, 절벽에서 추락하면 날개를 돋게 하는 하느님, 열릴때까지 두드리는 집념, 구호현장에서의 일들까지 조곤조곤 풀어놓았다. 비야언니의 전작을 읽었기에 낯선 이야기가 아닌 후일담을 듣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비야언니의 글쓰기 비밀과 '1년에 100권 읽기 운동 본부' 얘기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기본적인 삼다(다독, 다작, 다상량) 외에 다록(多錄)을 추가했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또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몸부림을 들었다. 글쓰기에 몰두하는 것, 쓰기 전에 말로 먼저 해보기, 쓴 글을 큰소리로 읽으며 운율과 고저 장단을 맞추고, 친구들에게 전화로 읽어주고 반응까지 살핀다니 놀랍다. 마감시간 딱 맞추기와 일명 '피바다 교정지'라 불릴만큼 교정을 보고도 인쇄소까지 가서 고친적도 있었고, 사실이 틀렸을 경우 외에는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쓴 적도 있었다니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런 근성이 생전 꿈꿔보지 않은 '작가'의 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겠지.^^ 1년에 100권 읽기 운동 본부장이 되고 싶다며, 성인 26%가 독서를 안한다는 우리나라지만 독서의 바람만 불면 될 거란다. 그래서 좋은 도서목록을 정해 권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한비야가 엄선한 24권을 추천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라 종목별 나이별 리스트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해야 할 리스트까지 과연 리스트의 달인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려면 120살은 살아야 된단다.^^
때론 흔들리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우리네와 같은 성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 그럼에도 우리와 다른 그녀의 삶을 이끌어준 원동력은 무엇인지 솔직하고 화끈하게 들려주는 비야언니 말에 귀 기울이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며드는 빛을 발견하게 된다. 나도 비야언니가 두려워 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처럼 왕년에를 부르짖으며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한다거나,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277쪽 위에서 12줄, '내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봐서 때 늘 해오던 일 같았다.' 오타 발견이다!^^
다음주(8/19) 무릎팍 도사에 비야언니 2부가 방송된다니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