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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할아버지 사계절 그림책
장주식 글, 최석운 그림 / 사계절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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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7일, 어머니독서회의 토론도서였던 '몽실언니'의 리뷰를 올리고 두 시간 후,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터엉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음력 5월 17일은 내 생일이기도 해서 권정생 선생님은 이래저래 내게 의미 깊은 분이다. 기회가 되면 선생님이 사셨던 안동 조탑마을 그 오두막에 가서 이 분의 흔적을 새겨보고 싶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읽기 첫째 마당에 실린 '강아지똥' 을 통해,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한 '강아지똥'조차도 민들레꽃을 피우는데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임을 배운다. 또한 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1단원에 '강아지똥' 전문이 실려 초등때보다 심화된 강아지똥을 만날 수 있다. 초.중 교과서에 두 번이나 실린 작품이 또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과 친숙한 '강아지똥'은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도 권정생 선생님을 담으면서 '강아지똥 할아버지'로 제목을 삼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철학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일화들은 권정생 선생님의 성품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젊을 때 종지기로 살며 새마을 운동'이란 미명하에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온몸으로 막았고, 나무 한 그루도 소중히 여기는 선생님은 자연사랑을 평생 실천하며 사셨다. 선생님의 일생은 작고 보잘것 없는 하찮은 것들을 사랑하셨는데 책 속에 그려진 암탉과 생쥐 얘기는 선생님의 생활철학을 알 수 있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이 더 잘 살기 위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할 때, 권정생 선생님은 물질에 욕심내지 않고 소박하고 검소하게 사셨다. 자신이라도 덜 먹고 덜 쓰며 맑은 마음으로 사셨고, 동화책이 많이 팔려서 인세를 받아도 한 달에 오만 원만 쓰고 다른 사람들한테 보내라고 하셨다. 보통 사람들이 욕심내지 않고 살기란 힘들지만, 선생님은 평생을 욕심내지 않고 살아서 우리의 귀감이 되신 분이다. 선생님은 수줍고 몸이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도 잘 만나지 않았고, 전쟁으로 사람과 자연이 다치고 죽어가는 일을 슬퍼하셨다. 우리 시대에 이런 분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선생님은 강아지똥처럼 거름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셨다. 일흔한 살에 목숨 받은 땅으로 되돌아가신 선생님은, 민들레를 꽃피운 '강아지똥'처럼 모두가 쓸모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셨다.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가 거름이 되는 일이다. 선생님이 남긴 유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 귀중한 말씀으로 새겨본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에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하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여기부터는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어린이들에게 권정생 선생님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지만 별점을 후하게 줄 수는 없다. 출판일이 2009년 5월 1일인데 선생님 2주기에 맞춰 내려고, 너무 조급하게 시간적 여유 없이 준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계절출판사'인데도 책 내용이나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 좋다고만 할 수 없어 유감이다.ㅜㅜ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 돌아가신지 3주가 되던 날, 장주식 선생님이 월간 '어린이 문학'에 실었던 추모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쓴 추모글을 2년이 지나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다시 추가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리플릿 권정생 선생님 연보에는 1968년에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에 세들어 살며 종지기 일을 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이 책 첫 페이지에는 '이 할아버지가 서른 몇 살쯤 되었을 때~~ 시골 어느 조그마한 교회에서 종지기를 했어.'라고 써 놓았다. 실존인물에 대한 책을 낼 때는 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써주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작고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일한 권정생 선생님을 알면 되는 것이기에, 몇 살에 종지기를 했다는 게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중간에 예순 살 쯤 되었을 무렵에 권정생선생님이 쓴 동화로 세상에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고 하면서 작품을 나열했는데, 책 제목으로 삼은 '강아지똥'을 빼놓았다. (강아지똥은 1969년 선생님이 서른 둘에 쓴 작품이니까, 예순 살쯤에 쓴 작품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린 최석운 선생님은 이 그림책을 그리기 위해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책에 그려진 그림 이미지와 일부러 다르게 그리려고 했을까? 책 표지 그림을 비롯해 많은 그림이 권정생 선생님 작품 이미지와 반하는 그림이라, 독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는 심히 어렵다. 원작 '강아지똥'에 그려진 '돌이네 흰둥이는 아직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이 똥은 강아지 똥이 되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묘사되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등장한 강아지는 결코 강아지라 볼 수 없는 늙은 개처럼 그렸다. 물론 강아지 똥에 나오는 흰둥이가 아니고 권정생 선생님과 같이 살았던 개나 이웃집 개를 그렸다는 걸 알면서도, 독자는 강아지똥의 강아지 이미지를 생각하게 된다. 황소도 선생님 작품에 그려진 넉넉하고 푸근한 황소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생쥐들은 아무리 봐도 생쥐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퉁퉁한 돼지 같아서 권정생 선생님과 같이 한 이불 속에 살았던 생쥐라기엔 무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그림에 나온 사람이나 동물들 모두 푸근한 이미지가 아니라 뭔가에 심통난 듯 째려보고 심술쟁이들 같다.

이 책은 초등생을 위한 그림책이라 내용 못지 않게 그림도 중요하다. 책 속에 나오는 탱자나무, 이팝나무, 팥배나무, 함박꽃나무, 대추나무, 참나무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나 어른도 알기 어렵다. 그런 것들을 알 수 있도록 실사처럼 그렸다면 훨씬 좋았을 거 같다. 최석운 선생님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전작 '비가 오면'에서도 그림이 비율이 맞지 않은 듯 뭔가 어설프고 어색했는데, 이 책도 머리만 크고 비율이 맞지 않은 몸과 흘긴 눈에서 따뜻하고 소박했던 권정생 선생님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온 책 그대로 재판 3판을 찍기보다는 다시 수정해서 개정판으로 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아름답고 소중했던 삶과 철학을 어린이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게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예의이며 배려라고 생각된다. 홍보용 리플릿에 있는 선생님 연보나 사진과 해설도 책 뒤편에 부록으로 넣어 편집하면 좋겠다. 유언말씀 중에도 '폭군 지도'가'가 있을 테고' 라고 돼 있어 지도'자'로 고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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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7-3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을수도 있겠지요.
권정생선생님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요.
선생님의 작품에는 따뜻함이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순오기 2009-07-31 09:53   좋아요 0 | URL
선생님의 생애를 글로 다 표현하긴 어렵겠지만, 여기 실린 내용은 괜찮았는데 그림은 영~~ 아니었어요.ㅜㅜ

2009-07-31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31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09-07-3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잘 쓰셨어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이 글을 꼭 읽어 보면 좋겠네요.(무척이나 뜨끔할 듯~) 저는 이 글을 읽은 덕에 이 책에 대한 호감이 많이 누그러졌지만...
헤헤~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이거 너무 오랜만에 인사 드려 쑥스럽기까지 합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순오기님 아자! 홧팅입니다.

순오기 2009-08-03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댓글은 안 남길 때 있어도 새글 올라오면 항상 달려가서 본답니다.
우리 사이에 쑥쓰럽기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