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8월 31일까지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신나는 책읽기 18
김기정 지음, 이지은 그림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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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김기정 작가님, '바나나가 뭐예유?'를 읽으며 맘껏 웃었던 독자라면 이 책에 기대를 가져도 배반하지 않는다. 어른이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가 때묻지 않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구나, 짐작하며 흐뭇한 미소를 날리는 중이다.^^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이야기에 목말랐다면 우물을 파지 말고 이 책을 보시라~ 내가 딱 바라던 아이들과 어른들의 꿈 이야기다. 

어제 큰딸이 집에 와서 화려한 외식을 한 우리 가족, 우린 찐한 스킨십보다는 '수다'로 애정을 표현하는 가족이다. 몇 달 만에 딸을 보는 엄마나 아빠도 포옹하거나 손을 잡지 않았고, 동생들도 뻘줌하게 바라볼 뿐 덥석 안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야기 꽃을 피웠고, 돌아와서는 저희들끼리 뭉쳐 한바탕 수다를 떨며 그간에 못 나눈 애정을 유감없이 나누는 정경이 흐뭇했다. 그때 나눈 이야기 중에 "꼭 교사가 돼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야. 나는 꿈이 없어,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 뭐가 되고 싶다 말하면 주변에서 너무 크게 생각하니까 부담스러워"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
 
일찌기 나는 뭐가 되고 싶다고 꿈을 가진 아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부모가 생각하는 길로 가거나 적당히 수능 점수 맞추어 대학을 가서 방황하는 경우를 본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건달'씨의 경우가 그렇다. 어려서부터 "넌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라면서 부모님에게 세뇌된 때문인지 특별히 기대를 해도 좋을만큼 자랐지만, 나이 서른이 훌쩍 넘도록 자기 일을 찾지 못했다. 여러가지 일을 해봤지만 그만두기 일쑤였고, 이런 일은 어떠니 권면하는 부모님께 "제발 날 좀 가만 두세요!" 라면서 처음으로 화를 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건들건들 걸어다니며 뭔가를 찾는 건달씨, 하지만 만나는 사람이나 꽃과 강아지에게도 꼬박꼬박 인사를 잘했다. 뭔가 일을 하라고 권면하는 이웃 할머니에게도 아직 찾는 중이니 기다려 달라면서 마흔이 다 되도록 '세상에서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를 생각했다. 


"히야, 이건 내 인생 최고의 발견이야!"
마침내 가슴이 울렁거릴만큼 대단한 일을 찾았다. 

학교 앞 문구점, 바글대는 아이들을 보며 도치씨와 박박부인이 하는 가게 앞에 자기도 가게를 하나 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도치씨네가 너무 멋져 보여, 아이들에게 뭔가 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무얼 줘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처음엔 꽤씸하고 질투하던 도치씨는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묻는 건달씨가 한심해서 한 수 가르쳐 주기로 맘 먹었다.  
"아이들은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걸 좋아한다네."
건달씨는 감격해서 도치씨에게 감사했고,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게 무엇인지 찾아냈다. 도치씨네 가게에서 바글대던 아이들이 다음날은 모두 건달씨네 가게에 줄 서 있었다.^^

건달씨가 준비한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것은 날마다 바뀌었다. 어떤 것이든 건달씨는 동전을 딱 하나만 받았다. 건달씨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만 살짝 알려주자면 "뭐든 곱빼기로 튀겨 주는, 겁나게 신나는 뻥튀기!"



무슨 일에나 잘되는 사람이 있으면 배 아픈 사람도 있는 법, 건달씨네 가게가 바글거리면 도치씨네 가게는 아이들이 없다. 특단의 조치를 내린 도치씨~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학교앞에 사기꾼이 등장했다고 고발을 한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교장선생님, 사기꾼을 잡기 위해 경찰서장과 변장을 하고 출동했는데~ 그만 건달씨가 취급하는 물건에 뿅~ 가버리셨다.ㅋㅋㅋ 교장선생님과 경철서장님은 아이들이 부러웠고, 아이들은 학교 오는 게 즐거워졌다. ^^ 



학교 앞에는 '날마다 신나는 가게'와 '어제까정 신났던 가게'가 마주보고 있다. 건달씨 가게와 도치씨네 가게다. 날마다 새로운 것만 주고 싶었던 건달씨는 전에 취급했던 물건은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절대 다시 팔지 않는다. 대신 도치씨네 가게에서 팔도록 했다. 물론 도치씨도 동전 하나씩만 받고... 질투하던 도치씨가 건달씨와 친해지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건달씨는 이제 '건달 선생'으로 불리며 인사할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단다.
"제가 아흔아홉 가지 일을 해봤지만 그중에 '날마다 신나는 가게' 주인이 저한테 딱입니다.
건달선생은 나이 마흔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자기 일을 찾았고, 마을 사람들은 건달 선생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게 되었다. 바로 건달 씨가 아이였을 때, 아들이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엄마, 아빠가 믿었던 대로 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는 하찮은 일일지라라도, 자신이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까?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꿈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해주는 유쾌한 동화였다.  

*리뷰에 인용된 구절과 사진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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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7-28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에요

순오기 2009-07-28 15:17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같은하늘 2009-07-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난 책일걸요~~
우리아이 보여주면 ㅋㅋ거리며 읽을것 같아요...^^

순오기 2009-07-29 03:41   좋아요 0 | URL
저학년 아이들 킬킬거리며 즐거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