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 띠지가 있는 책과 없는 책의 느낌은 다르다. 3월 30일, 어머니독서회원들과 영화를 보고 6월 토론도서로 선정해 29일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열다섯 살 소년과 서른 여섯 중년 여인의 사랑은 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더구나 엄마 마인드가 적용된 회원들은 어떻게 열다섯 소년과 육체적 사랑을 나눌 수 있느냐고 쌍심지를 켜고 비난했다. 상황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자신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며 단호했다. 상황에 따라 남자로 느낄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지만 소 귀에 경읽기였다.^^

하지만, 원조교제라 할만한 그들의 사랑이라도 그렇게만 보면 안 될 것 같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인들은 친위대로 가담했거나 전쟁 후에도 그들을 모두 심판하지 않고 묵인하거나 함께 살았기 때문에 누구도 전범이란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명백히 비난받을 두 사람의 사랑처럼 전쟁으로 인한 잘못이 분명한대도 단죄하지 않은 독일인들은, 그들의 죄의식을 갚아 줄 희생양이 필요했고 한나 슈미츠와 마이클의 사랑은 그걸 대신하는 설정이라고 이해했다.  

또한 근엄하게 보여지는 독일 가정의 전형인 마이클 가족들은 서로 부대끼며 정을 나눔에는 인색했던 듯하다. 마이클이 다섯 살 때, 주방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시켜준 엄마를 추억하는 장면은 부족했던 엄마와의 스킨십을 한나에게 얻는 마이클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사랑행위에 앞서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나누기와 잠시 누워있기로 그들만의 의식을 치룬다.

한나는 잘 나가던 전차 차장에서, 문맹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감추기 위해 선택한 수용소 감시원으로 그들 죄의식의 희생양이 된다. 그들에게 누구도 면죄부를 줄 수 없듯이 책을 읽어주던 마이클은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으려 했다. 단지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문맹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했던 한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그녀에게 옛날처럼 책을 읽어줄 뿐이다. 그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되었을 때, 마이클은 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보내주었을 뿐 한나의 마음을 읽거나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없었기에 석방되는 날, 한나가 택한 죽음이 아쉽다. 한나뿐 아니라 마이클로 대표되는 독일인은 그들의 죄의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불타는 교회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된 유대인 여자의 말처럼, 한나는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에게 '짐승'같았는지도 모른다. 마이클에게 각인된 한나와의 사랑이 그의 인생에 치명적이었듯, 독일인들도 죄의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리라 생각됐다. 하지만 마이클이 자기 딸을 데리고 한나의 무덤을 찾아가듯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면 구원받지 않을까......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회원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이 자신과 누군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하는 창작영역이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경험인지 어찌 알겠는가?  

나는 책이나 영화에 그려진 그들의 사랑을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자는 얘기다. 설령 불륜이라도 진실하다면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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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7-1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소개할때 보고 저런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역시 저도 아줌마인가 봅니다...^^

순오기 2009-07-19 13:45   좋아요 0 | URL
엄마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죠.
비록 마이클과 한나는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라도...

마노아 2009-07-1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신 거죠? 느낌이 어떻게 달랐어요?
이 책과 영화는 한국에서, 특히 결혼하고 자식을 두신 엄마들이 볼 때는 용납하기 힘든 게 사실이죠. 그게 한국적인 특징이기도 하네요.^^;;;

순오기 2009-07-19 13:47   좋아요 0 | URL
글쎄 영화를 먼저 봐서 책은 확인하는 정도였지요.
그래도 그들의 내면 읽기는 책이 영화보다 잘 표현된 듯...
엄마 마인드는 어떤 영역에서나 작동되니까요.^^

프레이야 2009-07-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은 안 읽었는데요.. 위에 사진에 책표지 뒷쪽의 상단
붉은 글씨 카피가 참 실망스럽네요.
왜 저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할까요?
꼭 그런 게 아닌데 말에요.

순오기 2009-07-19 13:48   좋아요 0 | URL
관객을 낚기 위한 선정적 문구~ 영화가 선택할 수밖에 없잖아요.^^
책이든 영화든 보고 나서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맘은 없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