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ㅣ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평점 :
박완서 선생님이 쓴 동화를 여러 편 읽고 감동받았었는데, 이 책은 정말 실망스럽다. 억지로 짜맞춘 듯한 느낌~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작가의 말을 듣는 기분이었다. 한 꼭지 꼭지가 다 감동스런 사연인데도 잘 살려내지 못했다. 차라리 한 편씩 단편으로 썼다면 훨씬 감동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생명과 바꾼 아이의 탄생,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과 바꿔서 세상에 나온 아들을 감당하지 못한 아버지, 죽은 언니를 대신해 아이를 키운 이모, 조카를 키우느라 결혼도 포기한 딸을 보는 어머니의 아픔, 재혼한 필리핀 아내가 데려 온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 6.25때 미군에게 입양되어 성공한 브라운 박사 등 충분히 감동스런 이야기들인데 너무 밋밋하게 그려져서 어느 것 하나도 확 살아나지 못한 것 같다. 2년 전에 쓴 작품이라는데 다문화 가정이란 틀에 넣어 주제를 부각시키기엔 좀 억지스럽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치밀한 심리묘사나 사건의 전개가 너무 밋밋했다. 주인공 복동이는 그저 어른들이 그리는 착한어린이표 아이로, 5학년이면 충분히 치열한 사춘기를 겪을 상황인데도 물 흐르듯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만 하는 아이라 독자의 공감을 얻기엔 많이 부족할 듯하다. 어린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작품이 살아나지 못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린 한성옥씨는 '시인과 여우'라는 하이쿠를 소개하는 그림책을 그린 분이라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