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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할머니
아델하이트 다히메니 글, 하이데 슈퇴링거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느림보 / 2006년 11월
평점 :
실뜨기를 소재로 한 책, 난 우리만 실뜨기를 하는 줄 알았지 뭐에요.^^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니까 유럽에서도 실뜨기를 하나 싶어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밥은 많지 않지만 실뜨기를 추억하는 엄마들이 읽고, 아이와 같이 실뜨기를 한다면 더없이 좋을 책이네요.
표지를 들추면 이렇게 재미있는 실뜨기 그림을 앞뒤 속지에 펼쳐놨어요. 음~ 저런 모양은 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연구를 해봐야할 듯하네요.^^ 심심한 목요일 오후, 인형이나 주사위 놀이에 싫증 난 소녀에게 이상한 할머니가 찾아왔어요. 소파 귀퉁이에 걸터 앉아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주머니에서 실 한가닥을 꺼내시네요.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새빨간 드레스와 어울리는 손톱은 할머니의 개성을 알 수 있지요. 나도 빨강색을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되면 저런 모습으로 다닐지도 모르겠어요.ㅋㅋ 실뜨기는 둘이서 주고받는 놀이라서 아이는 할머니와 마음까지 주고받게 되었네요. 할머니는 뇌세포가 죽어서 그렇다며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야 실뜨기를 풀어냈어요.^^
마음이 열린 소녀는 할머니의 심장이 위아래로 뛰는지 아니면 앞뒤로 뛰는지, 할머니 다리는 할머니 몸을 얼마나 오랫동안 싣고 다녔는지 물어보네요. 하하~ 할머니의 대답도 재치있어요. 심장이 어떻게 뛰는지는 몰라도 가끔씩 아프긴 해도 움직이고 있으니 걱정 말래요. 할머니의 다리도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 다녔는데 이제는 지쳐서 목이 마르다네요. ^^
친절한 소녀는 양동이에 물을 받아 할머니 발을 담그게 해주더니 어느 결에 자기 발도 살며시 집어 넣었어요. 할머니는 실뜨기로 멋진 음악도 연주했어요. 이름을 묻는 소녀에게 "내 나이가 되면 이름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라면서 털실을 둥글게 말아 소녀의 손에 올려 놓았어요. 오늘은 실뜨기를 금방 풀어줬지만 다음엔 어림도 없다면서 나가셨어요. 소녀는 다음 목요일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새롭고 이상한 모양을 많이 만들어냈어요.^^
손주들과 실뜨기를 하는 할머니, 멋지지 않나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많이 했는데 이제는 커버려서 엄마가 놀아달라고 해야 될 판이에요. 그래서 그제는 시험이 끝난 막내 친구네와 같이 저녁을 먹고 공원도 산책하고, 어제도 또 만나서 영화를 보고 저녁도 먹었어요. 집에 있는 남편과 애인은 김밥을 사다 먹이고~~ 요녀석들이 더 자라면 "얘들아, 할머니랑 실뜨기하자."고 꼬셔볼 손주들을 안겨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