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와우~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이라니!!
학교 독서회의 신참들이 소화하기엔 좀 버거울 듯해서, 내공 있는 독서회 토론도서로 좋을 것 같아 어머니독서회의 8월 토론도서로 선정했다. 독서회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은 환상적인 궁합으로 읽고나면 다들 뿅~ 빠져버릴 것 같다.^^ 

표지 그림이 영화 '인도차이나'의 한 장면 같은데...맞나? ^^ 아마도 건지섬으로 들어가는 줄리엣을 모델로 한 것 같다. 

 
495쪽에 달하는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주고 받은 편지와 메모와 전보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런 형식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전까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50쪽을 넘어가면서 손에서 놓지 못할만큼 빠져들었다. 와아~~ 오호~~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완전 몰입의 경지였다. 



영국의 남단과 프랑스 노르망디 사이 채널제도에 있는 건지 섬은, 프랑스에 더 가깝지만 영국 왕실 소유의 자치령이다. 그러나 2차대전 당시 영국 침략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독일군이 점령하면서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살얼음판을 딛게 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외부로부터 모든 것이 차단되고 식량보급마저 끊긴 참담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그런 삶을 유지하는데 독서모임인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 활동은 눈이 부셨다.  

 

소설은 두 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이지 비커스태프란 필명으로 칼럼을 써 유명인사가 된 줄리엣이 건지 섬의 도시에게 받은 편지로 시작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의 문학에 대한 논의와 전쟁이 남겨 놓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 사이에 양념처럼 끼어 드는 마컴 레이놀즈의 줄리엣을 향한 연서도 얄팍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일찌감치 마무리된다.^^ 

감자껍질 파이 클럽의 자유로운 활동은 우리 독서회에서도 따라해 볼만한 방식이다. 문학과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 위기상황에서 엘리자베스의 순발력으로 급조된 '감자껍질 파이 클럽'에 참여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을 이야기한다.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읽어보시라.^^ 세네카에서 세익스피어, 찰스 램과 브론테 자매 및 제인 오스틴을 거론하는 해박한 전개는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진짜일까? 깜짝 놀랐던 오스카 와일드의 등장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전쟁과 독서모임, 아이러니지만 그런 모임이 있었기에 그들의 삶은 고통속에서도 아름다웠다. 건지 문학회의 중심이었던 엘리자베스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독일장교를 사랑했던 그녀는 당당하게 아이를 낳았고, 탈출한 소년병을 숨겨준 죄로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지만 그녀의 딸 키트는 건지섬의 아이로 모두가 함께 키운다. 자기 삶에 당당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편지로 드러나는 건지 섬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즐겁다.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들과 험담과 비아냥을 일삼는 모습까지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얘기하지만 건지섬의 아름다움만큼 빛나는 휴머니즘은,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삶에 희망을 품을만하다. 키트를 키우며 도시의 사랑을 확인한 줄리엣의 해피엔딩에 덩달아 행복하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사랑의 조건을 무엇에 둘 것인지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야 할 선남선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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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는 무슨 요리와 관련된 책이 아닌가 했어요... 무식~~^^
독서모임 클럽의 이름이 왜 "감자껍질파이클럽"이 되었는지 급 궁금해지는데요...
책을 보도록 여운을 남겨주시는군요...^^

순오기 2009-07-07 01:27   좋아요 0 | URL
하하~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하지요.^^

수진샘 2009-07-0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느낌이 참~~ 좋은 책인데다가 '여희숙'샘이 소개를 해주셔서 아무 갈등없이 즉시 구입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책이 좀 두껍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긴 한데 다 읽기는 할까? 하는 생각에 선뜻 선물도 못했네요. 늘 주저주저 해서요. ^^

순오기 2009-07-07 01:27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분들에겐 선물해도 좋을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