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중학생에게 좋은 종교 이해를 돕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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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서 시간 ㅣ 인류의 작은 역사 4
실비 보시에 글, 메 앙젤리 그림, 선선 옮김, 김기윤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푸른숲에서 나온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인데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막내의 중학교 도서실에서 이 시리즈를 발견하곤 쾌재를 부르며 빌려보는 중이다. 2편 '가장 오래된 역사 종교'에 이어 4편 '보이지 않는 질서 시간'에 대한 책이다.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을 생각하면 동터오는 새벽에 홰치던 수탉이 떠오르는 건 우리만의 영역이 아닌가 보다.^^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 가냐고 부모님께 보챘던 유소년기를 지나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안타까운 세월이 더 많은 것 같다. 자신의 나이대와 같은 속도로 흐른다는 말을 생각하면 어린시절 빨리 가지 않는 시간이 지루했음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의 속도가 빨라서 오히려 두렵고 떨린다. 좀 더 천천히 가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을 아직 모르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큼지막한 글씨에 이국적인 삽화가 곁들여져 쉽고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똑똑해진 느낌이랄까? 아는 게 많아진 뿌듯함과 이미 알고 있던 걸 새삼 확인한 자뻑의 감정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엉뚱한 질문이라고 타박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보상받을 수도 있다.
왜, 일년은 열두 달이고, 한 달은 서로 날 수가 다르고, 일주일은 7일이며 하루는 24시간이예요? 하루는 왜 낮과 밤으로 나누어졌는지 궁금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면 여기서 확실하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인 '라'는 세상을 창조한 신이기도 하다. 처음엔 밤과 낮의 구별이 없고 계절도 없이 끝없는 선처럼 시간이 흘러갔다고 한다. 하지만 '라'의 통치에 불평이 많은 인간들을 굴복시키려고 사자의 모습을 한 세크메트를 보냈다. 사자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 먹어 인간의 씨가 마를까 봐 핏빛 맥주를 들이부어 사자를 잠들게 했다. 인간을 굴복시켰지만 배신한 그들과 함께 살기 싫어서 하늘로 올라갔다. 낮엔 배를 타고 하늘을 돌아다니며 지구를 밝게 하고 밤이면 새로 태어나기 위해 사라졌다고 한다. 낮과 밤이 생기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이집트 신화란다.
세상을 창조하는 데 걸린 일주일의 신비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인 한 달, 일 년을 이루는 매달의 이름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 이름이 붙게 됐는지도 알 수 있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에게 바쳐진 달 1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전쟁을 시작했던 로마 사람들이 전쟁의 신인 마르스에게 바친 3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4월, 율리우스력의 창시자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어난 달 7월, 카이사르의 조카인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달인 8월이 날수가 작다고 2월에서 하루를 빼 8월에 집어 넣어 7월과 8월은 연속 31일이 되었다는 것도 재밌다.^^
현재는 많은 국가들이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한 서력 기원 고레고리력을 따르지만, 시간에 대한 생각이나 측정방식이 달랐고 정치적 종교적 배경에 따라 그 기원이 다른 것도 알 수 있다.
시간의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삶의 역사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미래를 앞당겨 쓸 수도 없다. 단지 존재하는 '현재'를 당당하게 누릴 뿐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내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시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갖게 하는 유익한 책이다. 부록으로 우리 조상들의 시간에 대한 생각과 연구를 알려주는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