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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샨타! - 공선옥 작가의 ㅣ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공선옥 글, 김정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신산한 삶을 사는 이웃들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주는 작가 공선옥의 동화다. 2008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고 초등 고학년이면 읽을 수 있다. 삽화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생활이 담겨 있다. 제목 '울지마, 샨타'는 한국에서 태어난 방글라데시 소녀 산타가 눈물이 날 때마다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말이다.
남양주 가구공단 골목에 사는 샨타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태도와 외국인 노동자들간의 문제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띠엔과 몽이씨, 샤말과 리빠, 취왕과 강민네 등 어우러져 사는 이웃들의 현실과 아픔이 그려진다. 그래도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며, 자신이 겪은 온갖 슬픈 일들을 글로 쓰리라 마음 먹는 야무진 소녀다. 쫒겨난 아버지를 찾아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가족이 함께 살면서, 한국은 좋아하는 나라요 방글라데시는 사랑하는 나라로 정의하는 샨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아버지 싸브딘은 라면에 고춧가루 풀어 쏘주를 마시면서, 제 2의 고향이 된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 그네들이 받은 한국인의 친절과 사랑이 홀대받았던 나쁜 기억과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 준다면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너희 나라에선 영어 안 쓰니? 넌 왜 하필 방글라데시 애니? 네가 미국 애라면 얼마나 좋아." 라고 말하는 가현이 엄마가 우리 맘을 콕 짚어 나타내는 현주소다.ㅜㅜ
샨타가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한국에서의 일을 글로 써 이웃들에게 읽어준다며, 한국에서 슬펐던 일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기뻤던 일도 쓰게 된다는 신부님께 보낸 편지는 그나마 위로가 된다. 샨타, 슬픈 일에서 글이 나온다고 했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듣고 쓰는 작가로 커나가는 너를 지켜볼게.
지난 금요일 시어머니 기일에 만난 막내 시누이는, 다문화가정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와 정서가 훗날 재앙을 불러올수도 있다며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화순에서 살기에 그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면 무조건 업신여기고, 우리보다 피부색이 검은이들을 홀대하는 정서가 짧으면 십 수년에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를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걱정했다. 지금 자라나는 이 아이들이 10년만 지나면 우리를 받쳐주는 힘인데, 무시당하고 함부로 대접받고 자란 그네들이 가진 상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였다. 이주민 노동자의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책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외국인 노동자, 일명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그들에게 행하는 사업주의 횡포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장시간의 노동과 저렴한 임금, 열악한 작업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는,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분노를 키우게 한다. 70년대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자행됐던 일을 고스란히 당하고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대로 방관해선 안된다. 사회단체나 종교단체들이 이들을 돕는 일에 팔을 걷어 부쳤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떼인 돈을 받아주고 아픈 이들을 치료하며 따뜻한 인간애를 실천하여, 그네들이 가진 억울함과 분노를 풀어주고 보듬어 주는 약손이 되면 좋겠다. 또한 우리 국민적 정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존중하고 인간적인 동등함을 인정하는 정서로 바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