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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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irteen Reasons Why (13개의 이유, 왜?) 이지만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루머'가 결국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갔음을 증언한다. 해나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행실이 바르지 않은 것으로 소문 난 해나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클레이 젠슨이, 죽기 전 녹음한 해나의 테이프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나가 제시한 규칙은 '듣는다, 전달한다' 두 가지로 전달이 안 될 경우 복사본이 공개된다는 것이다. 테이프 속 해나의 상황과 테이프를 듣는 클레이의 현재 상황이 진술되는 방식이라 긴장감이 더했다. 

진실보다는 루머에 더 솔깃하고 빠르게 퍼뜨리는 인간성을 고발한 제이 아셰르의 소설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간 즉시 작가의 홈피가 마비되고, 연속 64주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 셀러였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것 같다. 루머 때문에 자살한 최진실 씨를 비롯한 연예인의 죽음에, 나는 죄없노라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들 최소한의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잘못된 성 의식과 루머의 폐해가 생생히 드러난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친구들의 무책임한 언행이 해나 베이커에게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준 13명에게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죽어야 했는지? 그들이 해나의 죽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지는 테이프를 듣는 클레이 젠슨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고, 충격과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무심코 뱉은 말 한 마디, 별 생각없이 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독이 될 수 있음에 언행에 신중하고 조심해야겠다는 걸 절감한 독서였다.

루머의 시작은 저스틴 폴리가 해나와 나눈 첫키스를 부풀려 헤픈 아이로 퍼뜨렸고, 알렉스 스탠달은 1학년 최고의 엉덩이 리스트에 해나를 올린다. 해나에 대한 루머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진실보다 루머를 믿는 친구들은, 해나에 대해 수군거리고 함부로 취급해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해나는 루머의 출발과 그 과정을 샅샅이 진술하면서 13명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과 그 결과를 담담히 진술한다.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없다면 굳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며 자살을 선택했지만, 마지막까지 누군가 눈치채고 잡아 주기를 바랬던 해나가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이 책은 루머와 더불어 청소년의 이성교제와 스킨십의 문제도 드러난다. 스킨십의 수위가 이미 성인들과 같은 행태를 보여주는 이 소설이 외국의 경우라고 마음 놓을 수 없다. 이 책에 표현되는 고등학생들의 스킨십이 우리 청소년들도 덜하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 집 뒷편에 아파트와 주택단지, 초.중학교가 공유하는 공원이 있다. 노인들이 게이트 볼을 치고, 배드민턴 코트와 체육시설이 있어 잘 활용되는 공원이다. 그런데 이곳을 관리하는 총각한테 들은 이야기는 너무 충격이었다. 공원 화장실 두 곳의 쓰레기통에 팬티가 무수히 버려진다는 거다. 처음엔 왜 팬티가 버려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더 놀란 건 비싼 팬티라면서 찾을 수 있냐고 관리자에게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왜? 쓰레기통에 버린 팬티를 찾으려 할까? 한장에 5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팬티라 엄마가 알면 혼난다고, 팬티를 찾으러 오는 상황이 중고딩 아이들의 현실이란다.ㅜㅜ

우리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져 간다. 부모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들을 방치하기 때문인지, 혹은 오직 공부만 중요해서 그들의 행실을 간섭하지 않는 건지... 이제는 내 아이만 잘 보호하고 곱게 키우면 되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함부로 자란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된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에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성인이 되는데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이다. 내가 사는 이 곳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라, 부모가 방치하고 경제활동에 매달리기 때문에 생긴 특별한 현상일까? 이야기를 들은 날은 심란해서 잠을 못 이뤘다. 루머에 생명의 끈을 놓는 일도 안타깝고 성 의식과 행태도 위험수위를 넘었기에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걱정 놓을 날이 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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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4-2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는 낭만적으로 보이는데 내용은 심각하군요. 요즘 아이들이 우리 때와 다른걸 들라면요. 남의 얘기를 너무 쉽게 한다는 것, 우리도 역시 어릴 때 그러했을 것이고 또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사람 많지만 그 강도가 많이 심해요. 결국 그런 카더라라는 얘기로 언제나 싸움이 일어나고 확대돼요.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어떤 상처를 줄지에 대해 무감각하다고 할까? 어른들 잘못이겠죠?

순오기 2009-04-26 14:22   좋아요 0 | URL
심각의 도가 넘어 치명적이죠.ㅜㅜ

마노아 2009-04-2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어요. 바뀐 제목이 오히려 더 현실감을 주네요. 그런데 공원 팬티 사건 너무 충격적이에요ㅠ.ㅠ

순오기 2009-04-26 18: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바뀐 제목이 훨씬 다가오죠~
여기뿐이겠어요~ 그러니 아기를 낳아 화장실에 버리는 일도 생기는 거라고요.ㅜㅜ

다락방 2009-04-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순오기님.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잠실 교보에 갔다가 확 끌려서 사 읽게 된 책이죠. 우리는 한마디 말도 생각없이 내 뱉지만 그것이 가져올 영향을 생각한다면 한번쯤 더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타인의 겉모습만으로 그를 섵불리 평가해서도 안되고 말이죠.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물론 우리 모두도 더 신중해져야겠지만 말입니다.

순오기 2009-04-26 18:16   좋아요 0 | URL
예~ 이 책 읽곤 정말 뜻없이 뱉은 말 한자락도 누군가에게 독이 되고 생명을 앗는 일이 된다는 걸 실감했어요. 신중해야지요~ 말조심도 해야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