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글인데 연필 삽화와 곁들여진 멋진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네요. 2006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봤어요. 이 책이 놀랍게도 4~6세로 분류돼 있군요. 글이 적은 그림책이라고 낮은 연령으로 분류했는가 본데, 실제 이 책은 철학동화로 초등 저학년들은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4학년 2학기에 '증기기관차 미카'로 안도현이란 시인을 알게 되는 고학년에게 좋을 책으로 추천해요. 도시 아이들은 갈참나무를 몰라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라니까 '아하~' 하더군요. 갈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하나가 낙엽들의 도움으로 생쥐에게 먹히거나 사람에게 잡혀가지 않고, 땅 속 깊이 몸을 숨기고 새로운 갈참나무로 태어나는 이야기로 생명의 순환을 설명하고 있어요. 하나의 생명이 움트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며 '관계'를 이해시키죠. 연필삽화가 상황을 잘 그려내 이해를 돕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약간의 설명을 곁들이면 저학년도 어려울 것은 없어요.^^ 떨어진 도토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갈참나무 잎이 마치 엄마 같아요. 생명을 품는 것은 다 엄마의 마음이겠죠. 엄마의 자궁처럼 생명을 품어 안은 갈참나무 잎을 잘 표현한 그림에 보는 이의 마음도 푸근해지죠. '네 몸에는 이미 한 그루의 갈참나무가 들어 있어'라는 말에 놀라는 도토리. 어린 독자들은 이 말의 의미를 곰곰 생각하며 읽으면 좋겠네요.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문장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요. 이 책은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소곤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독서를 하면 좋을 듯해요. 낙엽들이 도토리를 덮어 주어 싹을 틔우고, 도토리가 싹이 터서 갈참나무로 자라나면 다시 이파리가 매달릴 수 있으니 관계를 맺게 되지요. 생명의 순환을 관계라는 말로 잘 풀어준 철학동화를 그림책으로 접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을 정리하는 독후활동으로 초등생들이 얼마나 이해하는지 가늠해 보았어요. 대개는 표면에 드러난 것들을 정리했지만 독서력이 있는 아이들은 생명의 순환까지 잡아내는 내공을 보여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