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는 꼬부랑 할머니는 우리 조상의 해학이 담겨 있다. 꼬부랑 인생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는 꼬부랑 할머니를 따라가면 우리네 인생길도 즐거울 거 같다. 할머니한테 배웠던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보여주는 강우근님의 그림은 정겨움의 극치다. 할머니를 바라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난다.^^
내가 어려서 동무들과 불렀던 꼬부랑 할머니가 생각 난다. 우리는 책에 나온 노랫말과 조금 다르게 불렀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지팡이로 꼬부랑 넘어가네. 꼬부랑 깨갱갱 꼬부랑 깨개갱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강아지가 꼬부랑 할머니를 꼬부랑 꼬부랑 따라 가고 있네. 꼬부랑 깨개갱 꼬부랑 깨개갱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깨개갱 꼬부랑 깨개갱~ 후렴구로 반복되면서 노랫말을 자꾸자꾸 붙여 나간다. 오랜만에 흥얼거리니 책읽기가 아닌 노래부르기가 되었다. ^^ 꼬부랑 길을 가다가 꼬부랑 나무에 올라간 할머니 꼬부랑 나무 위에서 꼬부랑 똥을 눈 할머니, 꼬부랑 개가 와서 꼬부랑 똥을 먹는다.ㅋㅋ 인생은 이렇게 구불구불 유연하게 살아나가는 것인가 보다. 꼿꼿하게 사노라면 부러지기 때문일까? 꼬부랑 할머니의 똥을 모두 달려들어 먹으며 살아가는 것, 작고 하찮은 것들과 공존하는 것을 알려주는 노래책으로 읽힌다. 책 끝에는 권정생선생님의 '꼬부랑 할머니 읽기에 앞서'라는 친필원고가 들어 있어 뭉클함이 물결친다. 이제는 뵐 수 없는 분, 편히 안식하고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