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소재로 한 책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긴 말이 필요없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다. 내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라 더 애정이 간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도 정말 돼지엄마가 된 기분으로 읽어주면 아이들에게도 느낌이 전달되는지 같은 기분으로 호응해 주어서 신났다.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그림이 주는 매력도 이 책에서 물씬 느낄 수 있다.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가 "너희들은 돼지야!" 소리치고 가출한 뒤로 아빠 피곳씨와 두 아들은 돼지로 그려졌고, 집안의 벽지나 커튼과 모든 소품들도 돼지가 그려져 있다. 요걸 발견한 아이들은 엄청 깔깔대며 좋아한다. ㅎㅎㅎ 어떤 것들이 돼지로 그려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한 재미다.
밥만 먹으면 편하게 쉬고 있는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 앤서니 브라운은 독자의 눈썰미를 시험하는지 숨은 그림 찾기를 즐기도록 곳곳에 돼지를 숨겨 놓았다.
벽에 걸린 액자 속의 루벤스(?) 초상화도 돼지로 변신했다.ㅋㅋㅋ 벽지의 튜립꽃도 돼지로~ ^^ "엄마, 모든 책은 쓸모가 있어!" 이 말은 큰딸이 고2때 시험보고 와서 한 말이다. 왜냐고요? 학교에서 국어 듣기평가를 보는데 바로 '돼지책'이 나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고2 여학생들은 깔깔 웃으며 즐겁게 들었단다. 하지만 웃고 나서 문제가 출제되니까 무슨 얘기였는지 다시 줄거리를 생각하느라 법석댔다고... 자기는 엄마 책상에 올려 있던 이 책을 읽었기에 아주 여유있게 주제에 접근한 답을 썼다며, 꼬맹이들 책이라고 무시하다가 심심해서 읽었는데 횡재했다는 얘기였어요. ^^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표도 안 나는 집안 일, 내가 도대체 뭐하는 거지? 내가 꿈꾸던 삶이 이런 거였나? 때론 회의에 빠지는 주부들의 가사 문제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하~ 우리도 엄마를 도와줘야 겠구나~저절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아이들 손에 해답을 꼭 쥐어 주는 책이다! 엄마의 가출 후 엉망이 된 집안 꼬라지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돼지가 되어버린 아빠와 두 아들을 보면서, 우리도 엄마가 없으면 이렇게 되겠구나, 아이들은 작은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족이 후회하고 반성할 쯤 돌아온 엄마가 너무나 반가운 돼지네 가족을 이해한다. 그 후 집안일을 나누는 가족들의 일상, 편안하게 앉아서 쉬는 엄마의 행복한 표정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