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도망갈 거야 (보드북) 보물창고 보드북 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작은 손바닥만한 책 하나가 나를 웃겼다. 그래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고 부처님 손바닥이지. 엄마한테서 벗어나려는 아기 토끼와 엄마의 대화를 보며 우리 막내를 잃어버렸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웃지만 그땐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돌이 막 지나고 아장아장 걸을 때 대문 앞에서 놀던 아이가 사라졌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거라고 짐작하면서도, 아이들은 앞만 보고 가니까 어디만큼 갔을까 헤아리며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었다. 다행히 골목 하나씩 맡아 찾던 이웃들 덕분에 금세 찾았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가버렸었다. 왼쪽 사진은 첫돌 10일 후, 오른쪽은 14개월로 골목을 휩쓸고 다니던 시절이다.^^



요랬던 아이가 이젠 열다섯 살이니 짧은 세월은 아니다. 이 리뷰를 쓰면서 그때 얘기를 들려줬더니 정말 그랬냐면서, "나는 여러가지로 불쌍했구나!" 우는 척하며 엄마를 보듬었다. 각자의 앨범에 끼워둔 출생증명서가 막내 것만 없어졌다. 어딘가 있을 텐데 우리는 놀려먹느라 "출생증명도 없는 넌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알 때가 됐어. 너도 이제 친부모를 찾아야 돼!" 라고 말한다. 날마다 출생의 비밀에 얽힌 삼류소설을 합동으로 읊어대며 놀고 있는 삼남매, 거기에 엄마도 한 수 거들고 있다. 농담을 진담으로 들을 나이가 아니기에 웃자고 하는 소린데, "으흑~ 진짜 서럽잖아!" 때로는 우는 척을 한다. 그러면 우린 모두 달려들어, "아니야, 우린 절대로 너를 친부모에게 안 보낼거야, 우리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공짜로 주겠니? 평생 우리가 먹고 살 돈을 받고 줄거야!" 라는 말로 극치를 달린다.ㅎㅎㅎ 훗날엔 또 이랬던 기억을 들춰가며 웃을 날이 있으리라!^^

 '잘자요, 달님'의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과 '클레먼트 허드' 콤비가 만든 책으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 손주가 태어나면 주고 싶지만 그때를 기다리기엔 너무 멀어, 여름이면 돌이 되는 이질녀의 딸에게 보내야 겠다. 유아를 위한 보드북은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돼 물고 빨고 할지라도 안전은 기본이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흑백과 칼라의 그림이 반복되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엄마에게서 도망치려는 아기토끼와 엄마가 주고받는 알콩달콩 사랑놀이 숨바꼭질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우선 몇 개의 그림으로 이들의 사랑놀이를 엿보자.^^

시냇물로 가서 물고기가 되어 헤엄쳐 도망 간다는 아기 토끼와 낚시꾼이 되어 잡아올린다는 엄마




엄마가 낚시꾼이 되면 높이높이 산으로 올라가 바위가 된다는 아기와 등산가가 되겠다는 엄마




엄마가 등산가가 되면 아무도 모르는 꽃밭에 크로커스로 피어난다는 아기와 정원사가 된다는 엄마




엄마가 정원사가 되면 새가 되어 멀리멀리 날아간다는 아기와 큰나무가 되어 날아들게 한다는 엄마




토끼로 형상화된 저 나무 너무 재밌고 귀엽다. '엄마, 난 ~~ 도망갈 거야' 하는 아기토끼의 말은 흑백으로 엄마의 끝없는 모성애를 나타내는 부분은 칼라 그림으로 구별한 것이 맘에 들었다.  계속 이어지는 아기토끼와 엄마는 어떤 얘기를 주고 받을지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아기의 성장 단계에 따라 엄마랑 주고 받는 대화는 얼마든지 진화하고 변형시켜 놀이로 응용하면 무한대로 적용할 수 있겠다. 알콩달콩 아기와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표현하기 좋은 놀이책이다. 엄마의 사랑은 아기가 어디에 있든지 안테나가 작동한다. 이렇게 엄마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던 아기가 자라 엄마가 되면, 자신의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를 이은 내리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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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베스트/스테디셀러 사진리뷰전이 시작되었네요.
2월 20일까지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여기로 가서 확인하고 참여하면 좋겠네요.^^
http://aladdin.co.kr/events/wevent_book_m.aspx?pn=090120_baby

하늘바람 2009-02-0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리뷰전 참여하고픈데 제게 책이 없어요. 그냥 참여해도 될지 고민중입니다

2009-02-02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9-02-0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뛰어봤자 손바닥 안, 맞는 말씀입니다. 설 잘보내셨어요? 연이어 있은 제사로 이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예전엔 이 책이 달려라 버니인가 뭐 이상하게 제목이 번역되어 나왔더니 이제 제대로 되었나봐요 ㅋㅋ 출판사도 바뀌었네요~

순오기 2009-02-02 16:24   좋아요 0 | URL
엄마의 안테나가 안 미치는 곳이 없죠.^^
명절과 제사~ 수고가 많으셨군요. 출판사가 바뀌었죠~

bookJourney 2009-02-0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민경이는 엄청 멋쟁이 아가였네요~ 너무 귀여워요~~

순오기 2009-02-03 08:44   좋아요 0 | URL
우린 요새 민경이 어렸을 때 사진에 뿅~ 갔어요.
'쁘띠 민경'이란 제목으로 언젠가 사진 올릴거예요.
민주가 너무 예뻐해요~~~~ ㅋㅋㅋ

잎싹 2009-02-2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참 깜찍해요.
동화를 재현한 듯~~~
추천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