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쓴 리뷰~ 천사들의 행진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3학년때부터 초등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큰딸이, 교대에 가서 1년 공부하고 돌아와 한 말이 생각난다. 공부를 하면서 엄마가 우리를 어떻게 키웠는지 짐작하게 됐고, 지금 자기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의 근저에 엄마가 끼친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고. 엄마가 어떤 성향인지 또 엄마의 그런 마인드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그래서 뭐가 잘못 됐다고 생각해?" 물었더니, 딱히 잘못 됐다고 말할 건 없는데, 엄마가 이렇게 안 했으면 우리가 또 달라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자식을 키우는데 정답은 없다. 아이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기에 아무리 좋은 말씀도 모두에게 들어 맞는 건 아니다.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양육 태도가 다를 수 있고, 양육 태도에 따라 결과도 천양지차로 다를 수 있다. 누구도 자녀 교육에 모범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 자세에 대해 조언해 주는 좋은 책이 있다.  

야누슈 코르착, 그는 2차대전 당시 희틀러의 유대인 말살 정책 희생자로 200여명의 유대인 고아들과 같이 죽어간 진정한 교육자이고 철학자였다. 자신은 살 수 있었지만, "당신의 아이가 아프고, 불행하고, 위험에 처해 있다면, 당신은 그 아이를 버리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200명이나 되는 우리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라면서 함께 죽음의 기차에 올랐다. 그는 평생을 바쳤던 고아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한 사랑의 아버지였다. 그가 말만 내세우는 사람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글들은 이론가가 아닌 실천가인 야누슈 코르착의 잠언이기에 감동을 준다.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아이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침묵은 때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침묵은 정직함의 표현이라는 것을 우리는 양심에 비추어보거나 경험으로 안다. 그가 우연히 발견한 것은 아닐진대, 그는 우연이라고 말하는 겸손한 사람이다. 진정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이해한 그의 삶에서 얻은 진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표정을 읽습니다.
마치 농부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듯이.
어린이는 자신의 환경을 잘 압니다.
분위기, 습관, 결점 등을.
어린이는 그것을 능숙하게 이용할 줄 압니다.
친절함을 느끼고, 거짓을 알아차리고,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알아차립니다.
그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관찰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코르착은 어린이를 어른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 사람이다. 가식이 아닌 진정한 삶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글은 그의 삶에서 나온 빛나는 잠언이다. 어느 구절이든 허투루 읽을 수없는 마음에 새겨야 할 명문이다. 비록 내가 다 실천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런 마음을 갖고 어린이를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특히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새겨야 할 말씀이다. 엄마의 양육태도를 평가하기에 도달한 우리 딸에게도 일독을 권해야겠다. ^^   

이 책의 저자가 '야누슈 코르착'으로 되어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저자는 아니다. 코르착의 저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법'과 '어린이 존중'에서 좋은 말씀을 옮겼다고 샌드러 조지프는 서문처럼 밝히고 있다. 후반 40쪽은 코르착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고 있어, 야누슈 코르착을 저자로 표기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제목을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이라고 했으니까 저자를 '샌드러 조지프'로 표기해야 옳을 것 같다. 샌드러 조지프는 야누슈 코르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코르착은 존경받고 인정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그가 순교자여가 아니라, 그가 위대한 작가에다 의사여서가 아니라, 불쌍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계에 비할 데 없는 기여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린이를 깊이 믿고 사랑했으며, 그 사랑 때문에 살고 또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코르착은 전정으로 '어린이들의 투사'였다. (18~19쪽)  
   

이 책은 강무홍의 글과 최혜영의 그림으로 양철북에서 나온 '천사들의 행진'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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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1-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 짠하게 만드는 리뷰예요. 민주의 한 해 한 해가 또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큰 딸이기도 하지만 역시 독서의 힘인지 생각하는 것이 늘 성숙해요.

순오기 2009-01-11 00:18   좋아요 0 | URL
눈물이 났어요?
빛나는 20대를 누려야 할 민주가 방구석에서 빈둥거려요~ 그래도 날마다 책 한권씩 읽는 것만으로 칭찬해야죠.^^

꿈꾸는섬 2009-01-1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장바구니로 바로 담아요. 꼭 읽고 어떤 엄마가 되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아요. 늘 아이들에게 부대끼는게 벅차고 힘들어하는 섬.

순오기 2009-01-11 00:19   좋아요 0 | URL
잠언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좋은 말씀이 많아서 다 담기에도 벅차지만요~ ^^

bookJourney 2009-01-1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도 생각이 참 깊은 것 같아요.(민주의 글이 궁금해졌어요. ^^)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는 확신이 팍팍 들어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리뷰에요.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담아둡니다.

순오기 2009-01-11 18:26   좋아요 0 | URL
민주는 책을 읽고 노트에 짧은 글이라도 남기더라고요.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죠.^^ 이젠 엄마를 평가하고 있어요.ㅜㅜ

후애(厚愛) 2009-01-1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요~
큰따님이 훌륭한 선생님이 될 거라고 믿어요.^^

순오기 2009-01-11 18:27   좋아요 0 | URL
엄마가 되는 건 또 하나의 축복이죠~
우선 좋은 선생님이 되면 훌륭한 선생님도 될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