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 ㅣ 명진 어린이책 1
김선희 지음, 최상훈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읽고 심한 말을 할까 봐 리뷰를 안 썼는데, 경제나 자기계발 리뷰 다섯 편이 숙제라 마무리로 올린다. 솔직한 감상은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아류작이라는 느낌이다. 독일엔 키라가 있고 한국엔 홍예담이가 있다는 게 자랑일까? 키라가 말하는 개 '머니'를 만나 시작되는 것처럼 예담이도 분홍토끼를 만난다는 건 너무나 뻔한 복사판이다. 홍예담 어린이의 실화를 다루면서 이런 환상적인 얘기는 별로 먹히는 설정이 아니다. 그래도 키라보단 우리 현실과 맞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다. 물론 경제동화라고 표방했으니 동화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면 그만이지만, 독자들이 현실에서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냥 꿈같은 접근으로 돈 모은 이야기를 자랑하는 정도라면 너무 냉정한 평가인가.
그러잖아도 애 어른 할 것없이 '돈돈돈'하고 미처돌아가는 세상인데, 인간이 되는 걸 배워나가야 할 아이들이 돈 모으는데 귀신이 된다는 건 입맛이 씁쓸하다. 게다가 예담이네는 잘사는 집이라 일반 서민이 생각하기엔 좀 심통이 꼬인다. 무슨 애들 용돈을 그렇게 많이 주고, 부모를 위해 안마하고 심부름 좀 했다고 꼬박꼬박 돈으로 값을 쳐준다는 게 어느 나라 법도냐 말이다. 어쩌다 아이의 기분도 맞춰주고 부모도 기분 좀 내 보느라 돈을 줄 수는 있지만 아예 값을 매겨놓고 한다는 건 별로 맘에 안든다.
보통의 가정에선 애들 세배돈이나 친척들이 준 돈도 엄마가 가로채 쓰는게 보통이다. 나도 애들 어려선 그냥 살림에 보태썼다. 사는 게 힘들면 애들 코묻은 돈이라도 쓰게 되더란 말이다. 그러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자기 통장이라는 걸 학교에서 만들어주니까 한 푼 두 푼 저금을 해주게 됐고,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은 뺏어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저금을 하니까 그럭저럭 졸업때까지 백만원은 모으게 됐다. 우린 특별히 애들 용돈을 따로 주지 않았다. 세뱃돈을 받으면 5천원이나 만원 정도만 자기 지갑에 두고 쓰게 했고, 나머지는 모두 저금했다. 자기들 손으로 통장도 만들었고 은행예금도 직접 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은행 업무도 알게 되고 3개월마다 몇 십원이나 몇 백원의 이자가 붙는 것도 재밌어 했다. 그렇게 돈이 늘어가는 걸 좋아 하면서도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기가 쓰고 싶어서 몽땅 저금하라면 투덜거렸다.^^
우리 주변에만 봐도 이렇게 애들 세뱃돈 뺏어 쓰지 않고 저금해 주는 가정도 많지 않다. 학교 아이들한테 물어봐도 대부분 엄마가 가져간다고 했다. 물론 엄마가 저금해 준다고 가져가지만, 우리도 겪어봐서 그게 말뿐이라는 거 알만큼 알지 않는가! 애들은 엄청 억울해하면서도 엄마가 저금해준다고 달라면 줄 수밖에 없단다. 개중엔 착한 맘으로 엄마한테 주는 게 당연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억울하고 아까워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세뱃돈을 가로채지 마시라!^^
우리 애들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중학교 때 외국여행을 보냈다. 큰딸은 중1 겨울방학에 4박 5일 일본여행을 보냈고, 아들은 중2 여름방학에 3박 4일 고구려 역사캠프로 중국과 백두산에 다녀왔다. 이제 중1 막내만 남았는데 YMCA 적당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보내려고 한다. 자기들이 모은 통장에서 절반, 엄마가 절반의 경비를 대서 가는 여행인데 자기 통장에서 인출하는 걸 아까워하고 억울해 했다. 자기들이 쓸 거 못 쓰고 저금했는데 절반이 쑥 빠져나오니까 허탈하다는 것이다. "엄마 돈 쓰는 건 안 아깝고 니들 돈 쓰는 것만 아깝냐? 니들도 정말 도둑 심보다!" 라고 말했더니 염치는 있는지 낄낄 거렸다. 그래도 자기들이 모은 돈으로 가는 여행이라 알차고 값진 여행이 되도록 맘쓰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배낭여행도 가고 유학도 간다고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별로 많이 늘지 않는다. 다행히 독서활동으로 퀴즈 골든벨이나 글쓰기 대회에서 상품권이라도 받으면 현금으로 바꿔 저금해줬다. 이제는 용돈도 본인의 수고로 얻는다는 걸 알고, 쓰고 싶은 걸 아껴서 저금한다는 것도 충분히 알 나이다. 세살 버른 여든 간다지만, 경제교육을 너무 일찍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담이가 일곱 살부터 열두 살까지 모은 돈이 천만원이란 건 놀랍다. 우리 애들은 6년간 백만원 모았으니까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예담이는 용돈만 저축한게 아니라 인터넷 소핑몰도 운영했고 알바도 했다. 어린 나이에 돈이 좋다면서 너무 영악스럽게 돈을 모으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돈을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하거나 귀한 일에 잘 쓸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값진 일에 자기가 모은 돈을 턱 내놓을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의 아이가 나는 더 좋다. 그래서 내 아이들도 영악스럽게 돈을 모으기보단 제대로 쓸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예담이는 열두살에 천만원을 모았어요' 후편으로 '예담이는 돈을 값지게 잘 썼어요' 이런 책이 나오고 불티나게 잘 팔려서 남을 위한 봉사나 도움주는 일에 마음을 쓰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 내 희망사항이 실현되긴 너무 어려운 때일까?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너도나도 돈만 모으려고 눈에 불을 켤까봐 겁난다.ㅜㅜ 나는 이 책을 혹평하지만 좋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많다. 각자의 취향이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