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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집에 가자!
한스 트락슬러 지음, 이은주 옮김 / 느림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간결하며 단순한 색감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다. 요란하지 않은 색깔이 오히려 그림을 돋보이고, 파스텔톤으로 정겨움과 따뜻함을 잘 살려냈다. 첫장에 나오는 지붕 위의 생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개인적으로 이런 숨은 그림 찾기가 그림책 보기의 즐거움과 화가의 센스를 발견하는 기쁨을 더한다.^^
알프스 산 중턱에 사는 마르타 할머니는 돼지 에밀과 같이 산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주 가난하다. 저녁을 못 먹고 잠드는 적도 많다. 그래도 먹을 게 있으면 에밀과 나눠 먹는다. 할머니는 주린 배를 안고도 요들송을 부르고 요리책을 보다가 잠들어 꿈속에서 맛난 음식을 먹는다니 좀 슬프다.
"마음은 꽉 찼는데 배는 텅 비었다네. 꿈이라면 얼마나 좋겠니? 요로레이디!"
그래도 여름에는 좀 낫다. 텃밭에 채소도 있고 딸기랑 약초도 있다. 집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암소한테 우유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되지만...^^ 할머니는 에밀이 통통 살이 찌면 겨울 양식으로 삼으려고 열심히 거둬 먹인다. 하지만, 에밀은 할머니 맘을 다 안다.
숲이 알록달록 물든 어느 날, 할머니는 옷을 차려입고 에밀과 집을 나선다. 만나는 이웃에겐 사촌 카티네 집에 간다고 말했지만, 할머니와 에밀이 간 곳은 어디일까? 먼저 피냄새를 맡은 에밀은 한사코 거부하고, 할머니는 힘껏 에밀을 끌어당겨 다다른 곳은 도살장이다. 길에서 본 차에 실려 가던 암소와 돼지들이 소풍가는데도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할머니는 한참동안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하는 말,
"에밀, 집에 가자!"
있지도 않은 사촌 카티네 집에 간다는 마르타 할머니를 이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 요양원에 보내면 돈이 더 많이 든다고 먹을거리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왔다. 계산 속이 참 빠르지만 그래도 정이 넘치는 이웃임에는 틀림없다.
40쪽 밖에 되지 않는 간결한 그림동화지만, '함께 사는 세상'은 어때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가족같이 살아온 돼지 에밀을 잡으려고 도살장에 데려갔으나 차마 잡지 못하고 돌아온 마르타 할머니. 이웃들이 먹을 걸 가져와 해결되는 따뜻한 감동이 뭉클하며 바로 이렇게 공존하는 것이겠지? 사람 사는 세상은 다 이렇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마르타 할머니 배가 고파도 먹을 게 넘쳐도 잠자리에 들어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도 할머니가 되어도 이렇게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