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있었던 '용아 박용철 문학축제의 밤'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김선진 어린이가 바로 옆에 앉았기에 그 엄마하고 잠간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이가 3학년이던 작년에 용아백일장에서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는 영랑백일장에 나가서 수상했다더군요. 이 아이는 시가 막 샘솟는 그런 아이였어요. 천재시인이 자라고 있는 듯해서 흐뭇했어요.
나도 우리 애들을 백일장에 보내보니까, 자기가 정말 좋아서 쓰고 오면 꼭 수상은 하더라고요.
아이가 이렇게 썼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금상 은상~ 또는 장려상엔 들겠네~ 짐작했는데, 결과를 보면 점친대로 수상하더라고요. 제가 시를 쓸줄은 몰라도 조금 볼 줄은 아나봅니다.ㅎㅎㅎ
백일장에 관심있는 분들, 어느 정도 써야 수상하는지 궁금하시죠~ ^^
백일장은 대개 주제어를 두세개 정해 주고, 그 중에 선택해서 쓰는데 용아백일장은 주제어를 세 개 줍니다. 작년에는 '신호등'과 ? 초등부 주제어였나 봅니다.
신호등 -어룡초등학교 3학년 김선진-
(제16회 용아전국백일장 운문 초등부 최우수상)
오늘은, 오늘은,
신호등 놀이
하는 날,
내가 역할을
정해 줄게요.
엄마는 뭐든지
'안돼!'
하니까 빨간불,
아빠는
'이건 안 돼, 저건 돼'
하니까 노란불,
할머니는 전부
'그거 된다, 저거 된다'
하니까 초록불,
나는 사람,
자~ 건너갑니다.
빨간불이 반짝,
노란불이 번쩍,
초록불이 초롱, 초롱.
공통점과 차이점 -어룡초등학교 4학년 김선진-
(제4회 영랑백일장 초등부 수상작)
있잖아,
산은 계절마다 색깔이 바뀐대.
연두, 초록, 진초록,
빨강, 노랑, 조황, 하양.
하지만,
바다는 하루에
여러번 색깔이 바뀐대.
파랑색, 빨강색, 노랑색,
남색, 보랏빛.
이렇게 다르지만,
비슷한 점은
둘 다 아주아주 아름답다는 거야.
산은 아주아주 많이 있대.
그런데 바다는
아주아주 많이 크대.
이렇게 달라도,
비슷한 점은,
자신이 품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들이 아프대.
자신이 품고 있던
생명이 사라진대.
간직하고 있던
색깔이 떠나간대.
지금,
산과 바다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그들이 몹시 아프다는 거야.
나 -송원초등학교 4학년 안휘원-
(제15회 용아전국백일장 운문 초등부 최우수상)
눈도 작고
코도 낮은
나를 보고
아버지는
'미스코리아'래요.
키도 작고
뚱뚱한 내가
미스코리아?
투덜투덜
속만 상하게 하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제일 착한 천사'래요.
심술 궃고
욕심 많은
내가 천사?
나는 압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라의 콩깍지가 씌워
그렇게 보인다는 걸.
지금은 비록
예쁜 미스코리아도
예쁜 천사도
아니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바램처럼
예쁘게 자라
커다란 행복을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