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어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밤새도록 미친듯이 찾았다.
2005년 10월 미당문학관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그런데 대체 꼭 필요한 사진이 보이지 않는거다.
어제 보라감자꽃은 찾았고, 몇몇 사진은 보이는데
문학관 전경과 생가 전경, 그리고 마당 한켠의 우물 사진과
해로한 미당 부부사진과 시비를 찍은 사진이 안 보인다.
정말 밤새도록 미친듯이 찾았는데 왜 왜 왜~~~~없는 거냐?
그동안 사진을 찍기만 했지 앨범에 정리를 안 해서
상자에 봉투 봉투 차곡차곡 쟁여 있으니 장난이 아니다.
막내가 서너 살때 찍은 사진까진 삼남매 각각 앨범에 정리했으니
정말 10년은 쌓아두었나 보다. OTL
그래도 작년 가을 초등 학부모 12년을 마감하는 작품 만들때
애들 사진과 내 사진으로 분류해 두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밤새 뒤져도 나오지 않으니 약이 올라서 잠도 안 온다.
이젠 정말 앨범을 10권쯤 사서 정리를 해야겠다.ㅜㅜ
밤새도록 미친둣이 사진을 찾을 게 아니라 내 자화상을 찾아야 했을 듯......
'꿩 대신 닭'이라고 이거라도 올리자.
이 양반 5공때면 60이 넘었는데
그 나이에도 이러고 싶으셨을까?
미당 기념관에 걸려 있는 액자를 찍었다.
시인의 고백처럼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에 해당할 듯~~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