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를 키우며 엄마가 된 20년, 아이들 교육에 설왕설래하는 말을 들으며 불안감을 갖거나 안타까움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그중에도 특히 영어교육에 대한 정책은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고, 이 땅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 역시 비켜갈 수 없지만, 남들보다는 소신있게 대처하려고 마음을 다잡으며 지냈다.
우리 삼남매의 친구들이 초등 저학년부터 영어 수학 과외하며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릴 때, 나는 독서교육에 주력했다. 어려운 가정경제탓도 있었지만 정말 학원비가 아까워서 학원을 못 보냈고, 책값은 얼마가 들어도 아깝지 않았다. 덕분에 아끼지 않고 책을 사들여 거실을 서재로 만들었고, 마을도서관을 꿈꾸며 이웃의 작은 도서관을 감당하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독후감 쓴다며 책을 빌려가는 녀석들, 그나마 숙제라도 있어 서너 권이라도 읽으니 다행이지만, 정말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38915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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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지켜본 아이들은 친구와 어울림 때문에 학원 수강을 하거나, 숙제를 베껴가기도 했고... 엄마들은 '학원에 있는 시간만큼은 공부를 하겠지, 학원 보냈으니 내 할일은 했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공부는 제가 하는 거지 엄마가 대신하랴'는 생각에 '저 할때 되면 하겠지!'기다리는 마음이 앞섰는지도 모르겠다.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저 애들은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서 다닐까?' 궁금했고, 저 엄마들은 '아이가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믿는 걸까?' 이런 생각 때문에 자유롭게 보낼 수 없었다.
우리말을 제대로 깨우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 시키는 걸 보며, 정말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유치원 졸업식에서 영어사전을 줬다고 자랑하는 엄마나 유치원장의 정신세계가 과연 한국인인가? 도대체 우리 말이나 글은 언제 가르칠 것인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의 감정까지 일었다. "남들이 다 영어공부에 올인하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제대로 가르치라."는 주제넘은 당부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건 개인적인 경험도 있지만 책에서 받은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내게 소신을 갖도록 도움을 준 책이다. 이 책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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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안 뜨지만 이 책도 아이들 독서교육에 큰 도움이 됐다.(조금 더 쓴 어진이의 서울대 간신히 들어가기)
오늘 새벽, 인터넷 기사에서 이 글을 보며 반가워서 옮겨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콕 집어서 하셨기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선진국 되려면 영어보다 우리말 교육을"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08.23 03:33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2일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학생들에게 영어보다 우리말을 잘 읽고 쓸 줄 아는 방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청주지검에서 '지속적 경제 성장과 교육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가진 특별 강연에서 "여러 대학에서 앞으로 철학과 제 2외국어를 포함해 강의의 50%를 영어로 진행한다는데 이는 난센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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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래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지녀야 할 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어'"라며 "국어를 잘해야 생각을 잘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생각들이 사고, 사상으로 이어지면서 우수한 문화를 꽃피운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그는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과 학부모, 일반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이 인재 양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뒤쳐진 사람들이 낙담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장래 한국의 생산 능력은 배양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큰딸의 친구중에 최고의 명문대에 간 친구도 있는데, 자기소개서나 학교지원동기를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해서 우리 딸이 조언해주거나, 내게 도움을 받아 쓴 아이도 있었다. 다행히 둘 다 합격해 잘 다니고 있는데, 논술도 아닌 자기 소신을 밝히는 글조차 자신없어 한다면 우리 교육이 정말 문제 있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큰딸 친구 엄마들이 대학을 보내면서 독서를 소홀히 했던 자신들의 교육법에 발등을 찍고 싶다며 안타까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