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하~~~~알라딘 중고샵에서 건진 그림책이다. 샛노란 표지와 시커먼 그림자가 공포감을 조성한다. 처음 가는 학교, 처음 만나는 선생님에 대한 불안을 괴물선생님의 등장으로 잘 형상화했다. 헉~ 선생님이 괴물이라니? 대체 어떤 괴물일까 궁금증 100% !

3월 한달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오늘 3월의 마지막 수업이라 목소리도 풀렸으니 간만에 서비스로 '동화책 읽어주기'. 흐흐~ 녀석들은 이 맛을 아는지라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을 발한다. 책이 좀 작아서 뒷자리는 안 보인다고 밍기적거리며 앞으로 나오는 녀석도 있었지만, 흠~ 전개되는 괴물선생님의 엽기행각에 입이 딱 벌어져 다물지를 못한다. 대체 이 괴물선생님은 누구네 선생님이야?

이야기를 듣던 녀석들은 "어라~  선생님이 변신한거야?" "야, 꿈속에 나온 선생님이잖아!" 서로 난리가 났다.ㅎㅎㅎ 오늘 독후활동은 아이들이 그려낸 우리 선생님은 어떤 괴물일지 기대만땅이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도 좋으나 끔찍한 폭력이나 죽게 하는 건 즐겁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으니 그것만 주의하라 주문했다. 제법 괜찮은 작품이 있어 올린다. 여기 나온 선생님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미래의 작가로 자라나는 꿈나무일지도......^^

<우리선생님은 백살공주>     4학년 노원지

  원지는 4학년이 되었습니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20대처럼 보입니다. 눈도 크고, 피부도 하얗습니다. 머리도 깁니다. 선생님은  
  "안녕? 난 이은정이다. 콜록! 만나서 반갑구나. 콜록!"
 선생님은 목이 좀 쉬었습니다. 감기도 걸렸습니다. 개구쟁이 성은이는
 "선생님 할머니 같다. 깔깔깔~"
 하고 선생님을 놀립니다. 선생님은 친구들과 나한테 선생님 나이를 맞춰보라고 하셨습니다. 친구들과 나는
 "20살!" "22살!" "29살"
 라고 외쳤습니다. 그때 성은이가
 "키키 100살!"
 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백설공주처럼 활짝 미소를 지으시더니
 "정답이구나 콜록!"
 라고 말씀하시면서 부드럽고 뽀얀 손으로 성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올해가 딱 100살이라고 말씀셨습니다. 친구들과 나는 깜짝 놀랍니다. 그때 심부름을 온 소문쟁이 현정이가 그 말을 들었습니다. 현정이는 선생님과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주고 받은 말을 모두 들었습니다. 현정이는 바로 소문을 냈습니다. 그때부터 선생님은 '백살공주'라고 불렸습니다. 백살공주는 결혼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노총각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퇴근시간에도 프로포즈를 하러 옵니다. 어느 날은 백살공주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문안 온 남자들이 병원 밖에까지 즐을 섰다고 합니다. 백살공주는 인기가 많고 그만큼 꽃다발과 반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백살공주는 반지를 팔아서 꽃밭은 만들었습니다. 꽃밭은 아주 넓습니다. 꽃도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백살공주의 반은 토요일마다 꽃밭으로 소풍을 갑니다. 거기에서 꽃들을 구경하고 조사합니다. 백살공주는 그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죽으면 이 꽃밭은 우리반에 몽땅 드릴게요. 그러니까 잘 키우세요!"
 지금 선생님은 목도 안 쉬고 감기도 다 나았습니다. 우린 그런 선생님이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 아~ 한달만에 동화책 읽어준 값을 제대로 보상받은 듯하다! ^^)


<우리 글쓰기 선생님은 조폭 두목>   4학년  조가은

  우리 글쓰기 선생님은 조폭 두목이다. 이제 앞으로 어떨게 될지? 글쓰기선생님은 얼굴에 상처가 있고 실로 꼬맨 자국이 많다. 머리도 짧고 파마를 했다. 그리고 주변에는 부하들이 있다. 그래서 뭔가를 틀리면 왠지 겁이 난다. 그리고 글씨체는 얼마나 날려셨는지 알아 볼수가 없다. 아, 그리고 글쓰기 선생님은 맨날 어두운 색 옷만 입고 다니신다. 또 우리 교실 옆은 요가와 째즈댄스 교실이다. 그래서 시끄럽게 노래를 틀어놓고 한다. 그럼 선생님이 손짓을 한다. 그러면 부하들이 우르르 달려나가 난장판을 만들고 협박하고 온다.
  우린 글쓰기를 다니다가 그만두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만두면 집에 쳐들어간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조폭 두목이 글쓰기 선생님이 됐는지 궁금하다. 혹시 협박해서 된건 아닐까?

* 흐흐흐~ 여러분, 재미있었나요?  원지와 가은이는 1학년부터 줄곧 만나는 사이랍니다. 놀토에는 가끔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 지역도서관 등 4년을 같이 다니다보니 선생님이라기보단 친구처럼, 엄마와 딸처럼 지낸다고 해야하나요? 
 "글쓰기선생님을 조폭으로 그려내도 돼요?" 하고 묻더니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냈군요. 아~~ 나 요샌 봄이라고 제법 산뜻한 보랏빛티에, 초록색 짧은 바바리 입고 다니는데...ㅎㅎ 집으로 찾아가 협박할까봐 글쓰기를 그만두지 못한다니~ㅋㅋ 엄마가 졸업할때까지 다니라고 했다고 노래를 부르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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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3-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우리 아동부 애들이 선생님 몇살이에요? 이러면 맨날 백살이라고 그러거든요. 선생님 몸무게는요 백키로.... 맨날 이러는데 ㅋㅋㅋㅋ 근데 이제 2년이나 지나서 백 두살이라고 해야되겠네요 흐흐

순오기 2008-03-28 21:14   좋아요 0 | URL
ㅎㅎㅎ나한테도 원지 동생 명지가 가끔씩 "선생님 몇살이에요? 우리 엄마보다 많아요?"ㅎㅎ 또 때로는 '선생님 이혼했어요? 우리 고모는 이혼했는데." 등등 관심사가 아주 많아요. 우리 가족사항 나이, 다 공개했는데도 생각이 안나면 질문하는 녀석이에요. 난, 앞으로 몇년은 계속 50살 해야할 것 같아요.^^

마노아 2008-03-2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폭 선생님, 어쩜 좋아요! 고쿠센이 화르륵 떠올랐어요. 귀여운 친구들이군요. 개구쟁이 글들이 재밌어요^^

순오기 2008-03-28 11:34   좋아요 0 | URL
글쎄~ 내가 카리스마가 있다는 뜻이겠거니...^^
고쿠센이 뭔지 몰라 못 알아 먹어요.ㅠㅠ

bookJourney 2008-03-28 21:08   좋아요 0 | URL
하하, 저랑 통했어요. 저도 고쿠센 생각했는데요.
눈도 크고, 머리도 길고, 산뜻한 보랏빛 티에 초록색 바바리 ~ 이걸 조합하니 딱 고쿠센이네요. ^^
그래도 순오기님이 더 멋있을 것 같지 않아요? (난 아부쟁이~~~ ^^)

마노아 2008-03-28 22:45   좋아요 0 | URL
조폭 선생님이란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그 제목이 고쿠센이에요. 야쿠자의 딸이 선생님이 되어서 문제 학생들을 훌륭하게 지도하는 코믹 액션 어드벤쳐~물이라지요6^^ㅎㅎㅎ
순오기님의 카리스마가 고쿠센의 양쿠미 선생님 못지 않을 겁니다. ^^

순오기 2008-03-28 22:54   좋아요 0 | URL
음, 그런거였구나~ 우리 애들한테 물어봐도 모르더라고요.
당분간은 초록바바리 계속 입고 다녀야 돼요.ㅎㅎ야쿠미선생님을 앞지르든 뒤따른든 한 카리스마 한다니까 괜히 히죽 히죽^^ 하여간에 용이랑슬이랑님 댓글에는 입이 귀에 걸렸어요. 보이세요?ㅋㅋㅋ

네꼬 2008-03-2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몰랐던 책인데 덕분에 보관함으로~ (하여간 귀가 얇아요, 제가. 게다가 순오기님의 소개라니 더욱 솔깃!)

순오기 2008-03-28 19:04   좋아요 0 | URL
올초에 나온 책인데 저도 이제 갖게 되었어요.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잘 그려냈어요. 너무 끔찍할 정도로...
저도 알라딘에서 엄청 귀가 얇아요.ㅠ 우리 알라디너들의 공통점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