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을 바친 12년
날이 밝으면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우리 아이들 셋이 12년을 다닌 학교라 엄마인 나도 같이 다닌 것 같은 우리학교. 두근두근 설레었던 첫 아이 입학식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막내의 졸업식.
'나~~ 눈물이 날 것 같아!'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도 수도꼭지 틀듯 조르르 흐르는 눈물에, 고장난 수도꼭지라 놀림도 받았다. 성깔은 순 오기에 한 승질하는데 왠 눈물은 그리 많은지...... 식구들과 TV를 보다가도 엄마가 울겠다 싶으면 돌아보는 녀석들은, 어느 틈에 흐른 눈물로 코맹맹이 된 엄마를 위해 자동으로 휴지대령. 참, 별일도 아닌데 눈물이 줄줄 나니 대략 난감이다.
재작년 아들의 졸업식에서도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부르는데 눈물이 질금거렸고, 어김없이 옆에 있던 엄마들에게 "언니 울어?" 핀잔을 들어야 했다. 난 눈물나는데 지들은 나를 보며 실실 웃더라니~ 참, 감정이 이렇게 달라서야 같이 놀 수 있겠나? 쩝~~ 세대차이가 절로 느껴진다. 하긴, 졸업생 녀석들도 낄낄거리기만 하던데, 내가 대신 울어주셨다.ㅠㅠ
오늘 졸업식장에서 난, 눈물의 여왕이 될 것 같다.ㅠㅠ내가 보통의 엄마들보다 학부모 노릇에 열정을 쏟아부었기도 하지만, 마치 내가 학교를 다닌 것 같은 넘치는 애정도 주체하지 못한다. 철따라 피고지는 교정의 꽃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했고, 아이들과 함께 한 행사도 추억으로 저장됐다. 2001년부터 시작한 학부모독서회 '파피루스' 7년을 오늘 마무리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송별케익까지 준비한 젊은 엄마들과 학교에서 졸업회원을 위해 준비한 도서상품권을 받으며 마음이 찡했다.
모임 끝나고 점심 먹으러 가는데도 못가고, 선약이 있던 이웃언니 교수님과 점심을 먹었다. 헛헛한 마음에 같이 영화(추격자)를 보고, 차 한잔 하고 가라는 꼬임에 집까지 들렀다 저녁까지 먹었다. 묵은지와 총각김치를 두통이나 담고도 무엇이 아쉬운지 된장에 청국장, 고등어자반까지, 마치 친정언니처럼 바리바리 싸주어서 아들넘과 막내를 마중오라 해서 가져왔다. 집에서는 엄마가 저녁 먹고 들어온다니, 큰딸이 쌀을 씻어 밥을 해 아빠의 저녁상을 차렸더라. 우리 딸이 밥을 한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 딸이 차려준 밥상에 뿌듯한 아빠의 표정도 보기 좋았다. 오늘 아침 10시에 나가 저녁 8시에 귀가했으니 나를 위한 휴가였고, 완벽한 직무유기였다.^^
졸업 예행연습을 하고 온 막내가 농협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12년을 마감하는 나에게도 '감사장'을 준다는데, 거기서 눈물나면 주책바가지 될 거 같아 마음을 꽁꽁 다진다.

시창작반에서 만난 담양사람인 고재종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쪽빛 문장>에 실린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는 도종환 시인이 보내던 E메일에도 담겨왔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이 배달했던 열두 달의 시를 모아, 창비에서 낸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에도 실렸다.
우리가 졸업했던 그 옛날의 초등학교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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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고재종-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는 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 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 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 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 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 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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