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체국에 다녀왔다는 혜경님을 위해, '불과 얼음의 콘서트'에 실린 '우울한 샹송'을 올린다. 같은 시가 예전에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검색해보니 절판이다. 이수익 시인의 최근 시집으론 '꽃나무 아래의 키스'가 뜬다.

어제 받은 테트리스 강도가 너무 쎄서 기분도 꿀꿀하니, 퍼머하고 영화 보고 심야에 귀가했다. 나돌다가 집으로 들어오며 하는 말, '역시 내집이 최고야!' ^^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중학교 2학년 때 충청도 산골에서 인천으로 전학 온 순오기에게, 하트를 그려 보냈던 악동들의 편지를 동창 동아리방에 공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니셜 P군의 편지 K군의 편지 하면서...... 그 때 태평양 건너 사는 동창이 불현듯 손으로 편지를 쓰고 싶다며 여행지마다 엽서를 보내왔다. 시드니와 알마티 밸리던가 데스 밸리던가~ 하여간 10년 후에나 공개하라며 세 장을 보냈는데, 내 그런 괴발개발은 처음이다. 몇 자 밖에 안되지만 스캔받아 공개해도 알아 볼 사람은 본인 밖에 없을거다. ㅎㅎㅎ

내 보물창고엔 초,중,고 친구들과 나눈 편지가 담겨 있다. 지금 보면 틀린 글씨도 많고 웃기는 내용이지만, 추억이 묻어나는 편지는 볼때마다 나를 그 시절로 실어 나른다. 백 튜더 퓨쳐~~~~~ ^^   우울한 샹송을 읊으며, 편지를 끄적여 우체국에 부치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2-05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들려주시는 줄 알았어요^^ 아흑, 카드 보내려고 우체국 가려고 결심했는데, 어차피 구정 연휴 전에 도착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또 다시 미뤄졌습니다..;;;;;
담주에 부지런을 떨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순오기님 테트리스 떨궈내셔요(>_<)

순오기 2008-02-05 18:28   좋아요 0 | URL
흐흐~ 불혹이 지난 세대는 '우울한 샹송'하면 이수익 시를 떠올릴걸요.^^
테트리스는 어제 떨궈내고 들어왔죠~~그래서 또 내 집이 좋은 것이죠.^^
마노아님은 설날에 세뱃돈을 주는 쪽이려나 받는 쪽이려나? ㅎㅎ

마노아 2008-02-05 12:28   좋아요 0 | URL
어릴 때도 주는 사람 없었는데, 이젠 오로지 제가 주는 쪽이 되어버렸어요. 윽...생각해 보니 왕 억울...ㅜ.ㅜ

순오기 2008-02-05 18:50   좋아요 0 | URL
ㅎㅎ 친척들이 많아야 세뱃돈도 많이 받는데...^^
조카들한테 세뱃돈 주고, 형부한테 복돈 주라고 하세요~~~^^

bookJourney 2008-02-05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죠? 시를 읽었는데 정말 샹송을 돋고 있는 기분이 드니 말이에요. 역시 시인의 힘이란 .... ^^
테트리스 떨쳐내시고 힘 내세요 !!

순오기 2008-02-05 10:56   좋아요 0 | URL
호호~ 님의 댓글 읽고 나도 소리내어 읽었어요. 샹송처럼 들리는가 하고...^^
테트리스 떨쳤어요. 설 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무스탕 2008-02-0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래 들려주시나 했어요 ^^;;
문득 조용필 노래 가사중 '베고니아 화분이 놓이 우체국 계단..' 하는 부분이 생각나네요.

순오기 2008-02-05 11:0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노래 옮겨오는 건 할 줄 몰라요~~ㅠㅠ
아~ 난, 조용필 매니아인데..... 저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뭔지 모르겠네요.^^
설 쇠러 먼데로 가시나요? 가가우면 그것도 한 부조하는데... 저는 광주에서 목포로 간답니다. 님도 명절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시와요!

깐따삐야 2008-02-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시 좋아해요.^^

순오기 2008-02-05 10:59   좋아요 0 | URL
물론 님이 좋아하시니 제게도 보내주셨으리라 생각해요.^^
설날 맛난 거 많이 드시고, 떡국은 딱 한 그릇만 드세요! ㅎㅎㅎ

프레이야 2008-02-0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어요. (박박 우겨야쥐~)
그러고보니 우체국이 들어가는 노랫말도 좀 있네요. 윤도현의 '가을우체국'이
생각나요. 목포 잘 다녀오세요.~~

순오기 2008-02-06 05:31   좋아요 0 | URL
우체국~~~ 광주엔 '우다방'으로 불리는 전설의 우체국이 있답니다.
아마도 사랑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이들도 많으리라 짐작되죠.^^
윤도현 '가을 우체국'도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