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구에서 매월 한번씩 여는 명사 초청 강연회가 있었다. 이번엔 용혜원 시인이었다. 특별히 주최측인 구청의 평생교육사가 회원들 모시고 오라는 당부도 있어, 우리 어머니독서회원들에게 문자도 날리고 학교 수업 끝나는대로 일찍 가서 앞자리를 확보하고 기다렸다. 다섯 명을 예상했는데 맡은 자리 미안하지 않게 일곱이나 되었다. 이런 강연은 우하하~ 까르르~~~ 웃고 나면 몽땅 날라가버려 기억 속에 남는 건 몇가지 유머들 뿐이라 열심히 적었다.

비타민이라는 편지로 날아오던 e메일에서 가장 많이 오던 게 용혜원의 시였다. 하지만, 그의 시집을 갖고 있지도 빌려보지도 않았다. 대중에겐 폭발적 호응을 받는 시인이지만, 왠지 나는 문학사적으로 인정받는(?) 혹을 인정 받을만한 시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강연을 들으며 그의 열정에 감동받고, 그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역시 시인이구나!' 생각했다. 돌멩이 하나라도 클로즈 업 되는 시인의 마음이 되려면 뜨겁게 사랑해야 한단다.

택시기사가 뭐하는 사람이냐 묻기에 시인이라 했더니, 그럼 시를 한번 읊어보라며 시제를 내더란다. '가로수'로 한번 시를 지어보슈~ " 얼마나 잘못한 게 많기에 너는 죽도록 한자리를 떠나지 못하는구나!" 다음에 '가로등'으로 해 보슈~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저렇게 눈동자만 남았는가!" '이정표'로 해보슈~ "너는 나의 갈 길을 가르쳐주지만 나는 내 죽음의 길을 모르기에 이렇게 살고 있구나!" ㅎㅎ 역시 시인은 시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주제가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었기에 맞춤한 강연으로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겨울 시낭송회때 용혜원의 '가족'이란 시를 낭송한 회원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곁들여 카페에 올렸는데, 시인이 인터넷 검색으로 그것을 보고 왔다며, 그 사람을 나오라 해서 시집을 선물했다. 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줬고...나중에 그것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나'였다고 했더니, 시집을 못 줘서 미안하다며 주소를 적어달라는 것...하지만, 시집 한권 받으려고 주소 적기는 싫어서 내게 준 특별한 싸인으로 만족한다. 나를 한번 쓰윽~ 보고 삭삭 그려준 얼굴은 턱이 너무 깎였단다! ^^


                                                              

  

그는 많은 시집을 낸 대중에게 사랑받는 시인이었다. 알라딘에서 검색하니 수두룩~하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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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셨군요. 님 글에서 유쾌, 상쾌함이 묻어납니다.
가로수, 가로등, 이정표..아 참 멋진 시인이시네요.
저두 관심가져야 겠습니다.

순오기 2008-01-29 01:12   좋아요 0 | URL
강연내용을 꼼꼼하게 올리지 못하고 서울 왔어요.
나중에 수정해야돼요~ ^^

잎싹 2008-01-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좋으셨겠어요.
저도 용예원님의 감미로운 시 좋아해요.

순오기 2008-01-27 13:33   좋아요 0 | URL
작가나 시인을 직접 만나다는 건 큰 즐거움이죠! ^^

2008-01-2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27 13:33   좋아요 0 | URL
ㅎㅎ 님이 아니라 친구를? ㅎㅎㅎ

웽스북스 2008-01-29 01:34   좋아요 0 | URL
저랑은 친구 때문에 인사만 한 사이 ㅋㅋ

마노아 2008-01-2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메일로 오는 편지에서 시 많이 본 기억이 나요. 멋진 시간 보내셨어요^^

순오기 2008-01-27 13:34   좋아요 0 | URL
나름 괜찮았어요. 시인에 대한 제 생각을 바꾸게 되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