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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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안 선생님의 '초정리 편지'는 출판사 창비의 2006년 제10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짜장면 불어요'와 같이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2006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고, 2007년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이다. 초등고학년이면 재미있게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한글은 24개의 모음과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과학적이며 우수하다고 세계가 인정한 우리글이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를 받는 듯하다. 글로벌시대라며 우리글도 미처 깨우치지 못한 꼬마들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배우느라, 우리글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이 안타깝다.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리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은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다. 그래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이제 한글날을 맞아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기리고 우리글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세종대왕이 초정리로 눈병을 치료하러 갔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훈민정음을 만든 후 실험했을거라는 작가적 상상을 더하여 그려낸 이야기구조가 상당히 흡인력 있다. 토끼 눈 할아버지가 된 세종대왕은 초정리에서 만난 장운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장운은 누이 덕이와 오복에게도 알려준다. 그 후, 드난살이를 떠난 누이와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대목은 참 감동적이다. 또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석수장이로 대궐 공사장에 간 장운이가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느라 바닥에 쓴 글자를 보고 토끼눈 할아버지인 세종대왕과 만나는 장면은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실제 있었던 일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이 있고, 어영부영 묻어가면서 남 잘되는 꼴은 못보는 시기쟁이도 분명 있는데, 이런 이들이 초정리편지에도 등장한다. 장인정신으로 돌확을 만드는 장운이는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정신과도 겹쳐졌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운 마음씀씀이도 우리네의 소박한 정이 묻어 나와 좋았다.

어린 백성을 미쁘게 여기사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뜻을 아주 잘 담아낸 작품으로, 이 책은 이야기단락을 ㄱ,ㄴ,ㄷ으로 표시하며 끌어간다. 간간이 나오는 편지에선 지금과 다른 훈민정음 창제 때의 표기를 볼 수 있는데, 그때의 표기에 풀이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지만, 한 면에 그려진 그림이 어찌나 고운지 우리 산수화를 보듯 그림에도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책을 읽고 나서 그림만 주욱~~살펴보는 맛도 아주 좋다.

이제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지내기 쉽지만, 한글날은 여전히 국경일이다. 또한 UN의 유네스코에서 까막눈(문맹) 퇴치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는데, 이것은 한글의 가치와 공적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상징으로 우리의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세계가 우수하다고 인정한 한글을 바르고 곱게 쓰며 아끼고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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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한글날을 없앤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님과 반대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느라 명동거리를 헤매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놈의 세미나를 명동에 있는 호텔에서 했는데
호텔이란 데를 처음 가봤다는것 아닙니까.
명동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결국 너무 늦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근처에서 친구와 칼국수 사먹고 집으로 왔어요.
한글날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대한민국이 영어때문에 이렇게 미친 짓을 하지 않을텐데요.

마노아 2007-10-0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었어요. 막 뿌듯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느낌... 아름다운 독서였어요^^

뽀송이 2007-10-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너무 사랑스럽고, 흐뭇하게 읽었었어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사도 다양하게 하고, '한글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감탄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해요.ㅡㅡ;;

순오기 2007-10-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동화모임에서 많은 회원들이 좋은 책을 읽은 감동을 풀어놓았답니다. 세종대왕의 뜻과 작품을 쓴 작가의 뜻이 일치된 감동적인 작품이었고,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군요.

프레이야 2008-03-2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유안 작가는 부산사람이에요. 이 책으로 상당히 호평을 받았구요.
남구점자도서관에 예전에 사서였던 분의 친언니더라구요.
반갑게도, 저랑 종씨.ㅎㅎ
근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었어요.

순오기 2008-03-25 21:23   좋아요 0 | URL
배유안작가 부산 사람이고 혜경님이랑 종씨고 아는 사람.ㅎㅎ
이 책은 한글날 즈음해서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