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 - 역사 보물 창고
마저리 엘리자베스 브라이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72년이던가~  '자유교양도서'라는 문고판보다 조금 큰 연하늘색과 살구색 표지의 시리즈 책이 있었다. 늘 읽을 것에 굶주렸던 난, '그리스 로마신화'를 발견하고 한동안 끼고 살았다. 이런 좋은 기억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세계를 역사의 세계로 성큼 끌어 올린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를 읽는데는 망설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톡톡 끊어서 읽게 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며칠 전 만사 제쳐두고 책을 펼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정말이지 손에서 놓기가 아쉬워 학교에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자꾸 미뤘을까 살짝 후회도 하면서~~~

우선 이 책의 장점을 짚어보자~~~
1. 친절한 각주가 붙어 있다.
책의 두께에서 멈칫,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을까라는 지레짐작으로 주춤하게끔 표지는 장중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 굵은 소제목 아래 '오디세이아'의 한 구절을 적어 관심을 확 끌어당긴다. 그리고는 각주를 달아 친절한 설명으로 오디세이아와 지명이나 인물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슐리만의 행보를 따라잡는데 어렵지 않도록 잘 안내하고 있다. 

 2. 짧은 챕터가 독서 속도를 조절한다.
한 챕터의 길이가 결코 길지 않아 질리지 않도록 독서 속도를 조절한다. 지나치게 짧은 챕터는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기 쉽고, 너무 긴 챕터는 따라 읽으려면 호흡이 빨라져서 내가 읽은 부분을 되새김하기가 벅차다. 그러나, 이 책은 적당한 길이로 슐리만 따라 잡기가 무리없이 진행된다.

 3. 21줄의 편집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내가 노안이 올만한 나이가 돼서인지, 보통 한쪽에 25줄이 들어찬 책은 읽기가 힘들다. 글자 크기도 작고 너무 빽빽해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런데, 이 책은 21줄의 편집이라 너무나 반가왔다. 게다가 가끔 각주가 붙어 있어 20줄 미만일 때가 많으니 270여페이지가 어느 틈에 슥슥 잘도 넘아간다. ^*^ 노안이 가까운 나이보다는 한창 꿈을 키워 갈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라, 그들이 질리지 않고 잘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4. 지도와 사진으로 이해를 돕고 근거를 제시한다
슐리만의 행보에 따라 지도와 관련 사진을 넣어 이해를 돕고, 슐리만 행적의 근거를 제시한다. 1,2,3부 들어가기 전, 한 페이지에 가득 넣은 지도로 그리스와 트로이 등 주변을 지리적으로 훑어볼 수 있게 안내한 것도 좋다.

 5.에필로그와 부록으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에필로그 '현대 고고학의 태동'이란 제목으로 신념과 열정으로 이룩한 슐리만의 업적을 다시 한번 요약 정리하여 짚어준다. 또한 부록으로 '트로이 유적 연대표, 슐리만 연보, 저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도서, 찾아보기'까지 두어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세심한 편집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제는 이 책의 주인공 '하인리히 슐리만'을 살펴보자.
1. 슐리만은 자기 가치를 창출할 줄 아는 사람이다.
10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삼촌집으로 보내져 학교도 다니다 말고, 식품점에서 일하다가 회사 사환으로 일한다. 그는 어떤 일이 맡겨져도 최선을 다하여 인정을 받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2. 탁월한 언어 능력은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만나는 현지인과 소통하기 위해 그곳의 언어를 익히는 노력을 부단히 했다. 21살부터 40살이 넘어서까지 독학이나 과외를 받으며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포르투칼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스웨덴어, 덴마크어, 폴란드어, 슬로바키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아랍어, 힌두스타니어, 터키어를 익혔으니 언어의 귀재는 저절로 된 것이 아니었다.

3.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수 있다고 증명한 사람이다.
여덟살에 아버지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는 그의 일생을 바꿔 놓은 책이다. 일리아스의 트로이가 슐리만의 가슴에 박혀 역사 앞에 트로이를 드러내리라 꿈꾼다. 그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신념과 열정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여덟살에 꾼 꿈을 일생동안 실현한 그의 열정은 젊은이들의 본보기가 될만하다.

4. 돈을 벌 줄도 알고 쓸 줄도 아는 사람이다.
슐리만은 트로이 발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돈을 벌었고,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넣어 과감하게 트로이 발굴에 착수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였고 뜬구름 잡는 일이라 비아냥거려도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하게 돈을 쓸 줄 아는 진짜 사업가였다.

5. 실패를 겁내거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크림전쟁으로 자신의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갈 상황에서 '운명의 신이 빗겨가는구나' 원망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큰 그릇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버리지 않고 아무것도 잃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 그의 꿈을 실현하도록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결혼생활의 실패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트로이 발굴을 이해하지 못하는 첫부인과 이혼하고,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새로운 반려자 소피아를 만나 트로이 발굴의 꿈을 이룬다. 10년이 넘는 세월의 발굴작업에서도 학자들의 비난과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물로 증명코자 노력한 사람이다.

6. 끊임없이 배우고 저술을 남긴 부지런한 사람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언어 뿐아니라 고고학이나 발굴에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기록이나 저술로 결과물을 남겼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고고학과 발굴작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무엇이든 길을 개척하는 사람은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슐리만은 끊임없이 배우고 기록하므로 그 길을 열어 놓은 고마운 사람이다.

꿈꾸는 사람 하인리히 슐리만은 트로이 발굴기를 읽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는가? 그 꿈을 위해 당신의 일생을 걸 수 있는가?"
오늘 책으로 만난 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진지한 물음에, 당신은 자신의 꿈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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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za 2007-09-1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묘미 있는 리뷰네요. 장점을 이렇게 추릴 수 있다는 것도~ 시간 나면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순오기 2007-09-18 08:38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 길어서 읽기가 그렇죠?
저도 리뷰 쓰다가 간식 만들어 큰딸 기숙사에 갔다주고..세번에 걸쳐 썼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길어진지도 모르고...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못했네요.
이자님, 굵은 소제목만 읽으셔도 될거예요!

개구리 2007-09-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 서평 ^^ 울 딸이 읽기엔 좀 어렵겠지만, 관심가져봅니다.
꾹꾹꾹!

순오기 2007-09-21 21:02   좋아요 0 | URL
따님이 몇학년? 6학년 우리 민경인 재미있게 읽었대요!

책향기 2007-09-2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나의 꿈이 무엇있던가 생각하게 되네요. 보관하고 갑니다. 추천두요~^^

순오기 2007-09-21 21:02   좋아요 0 | URL
정말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지요~~~~잃어버린, 잊어버린 꿈찾기 도전!

쏭쏭아 2008-01-2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은 리뷰같아요^^* 도서관에서 방금 이 책을 읽고 왔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 이 리뷰를 읽고나니까 더 정리가 잘 되네요^^* 감사해요

순오기 2008-01-23 23: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었다니 친밀감이 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