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8일), 중학교 2학년 아들의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괜히 죄송스러움에 주눅이 드는 마음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한번 찾아뵈야지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방학을 맞았으니 더욱 민망하였다. 선생님은 어려운 부탁이 있다시며

"학교의 원어민 강사를 1년간 하숙해 달라"

는 요청이었다. 헉~~~ 내가 일을 하며 나름대로 바쁜 사람인지라, 학기 초 가정방문도 전화로 하신다는 선생님께서 이런 부탁을 하시다니?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어, 아이 아빠와 상의하겠다 우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한 교육열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 아줌마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쏘냐!

우리의 사생활이 침해받을 수 있는 주거환경과 식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에선 '예, 선생님!' 소리치고 있었다. ㅎㅎ~ 대부분 1,2층에 상하방(윗 지방의 미닫이로 나눈 방을 부르는 말)이라는 곁방을 두어 세를 놓는 전라도의 가옥구조를 무시하고 지은 우리집은 1층을 우리 가족이 다 쓰는지라 사실 세를 놓거나 하숙을 치기에 좀 그런 환경이라 전화를 드렸더니, 오히려 그런 조건이 원어민은 한국 가정을 알 수 있고 아이들은 대화를 트기에 더 좋은 환경이란다.

하여간 이래서 일사천리로 홈스테이가 결정되고 17일부터 사람을 들이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지은지 17년이나 된 우리집은 팔려고 집에 돈을 들이지 않아 화장실 타일도 떨어지거나 다시 붙인 자리가 엉망이라 남을 들이기엔 영 민망한 환경이다. 더구나 외국인에게 한국의 가정을 보여줘야 하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화장실 리모델링 하기로 했다. 토요일 걸음품을 팔아 타일 전시장에 가서 고르고 기술자를 섭외하여 오늘 드디어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내일은 원어민이 쓸 방을 새롭게 도배 장판하고, 침대와 책상을 들이고 커튼과 침구류를 준비하면 대충 끝난다.

이런 와중에 드는 생각은 환영 이벤트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현관이나 방문에 풍선이라도 걸고 '웰 컴 투 000' 이런 환영문구라도 붙여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리고 일단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겠지만, 말을 붙이려면 뭔가 예비지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다니 미국이란 나라는 다 몰라도 거기라도 알아두자.'

그래서 다시 펴든 책,  

이원복 교수와 함께 만화로 보는 미국역사와 영어이야기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에서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예습하자 예습을 하자~ '중얼대는 중...

그리고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중에 유일하게 사지 않은 미국편 3권을 내친김에 질렀다. 홈스테이 가정의 기본 매너가 이쯤은 돼야할 것 같아서......ㅋㅋ

                    

 바디랭귀지를 벗어나기 위해 지른 책 하나 
'센스 영어회화 기본표현'


 
하나 더,

'영어울렁증 완전극복처방전Sense English'
 

 

 
집 단장과 기타 준비로 1년간 받을 하숙비의 절반이 들어갔지만, 우리 삼남매가 원어민과 친해지고 영어의 물꼬가 트인다면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 생각하며 즐겁게 준비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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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8-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용기있는 결정이십니다. 저라면 상상도 못할듯^*^ 좋은 결과 있으시길~~~

책향기 2007-08-2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남들은 돈 들여서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려 애쓰는데 하숙비 받아가며 원어민과 생활할 수 있다니!! 나중에 이 서재가 온통 영어로 바뀌는건 아니겠지요??^^

순오기 2007-08-2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책향기님~~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요즘 실감하는 중입니다. 근데, 엄마만 용기 백배지~ 애들도 아빠도 별로 말을 붙이지 않아서... 내가 하는 시집살이가 제값을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차츰 사진도 올리고 '버논'에게 뭔가 한마디씩 끄적거려 달라고도 해야겠어요!
기대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