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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6월
평점 :
광기에 대한 것은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 보았듯 근대에 들어 배제의 대상이 되었고, 정신의학의 발달로 치료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 광기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현대의 정신의학적 시각에서조차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부당한 꼬리표가 붙고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광기를 가진 사람들도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를 구성하는 나름의 서사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즉 '매드 운동'에 대한 인정을 요구한다.
매드 운동의 중요한 목표는 정신의학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화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사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다양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왔고, 대표적으로 동성애가 질병의 위치에서 정체성의 위치로 이동된 바가 있다. 이런 논쟁을 통해 우리는 정상성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매드 운동'도 이런 선상에 위치해있다 할 것이다.
광기를 가진 사람의 경우 자신 스스로가 정체성을 주장한다고 해서 이것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안에서 이들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결국 이것은 '인정 투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이 책은 전체에 걸쳐 광기가 질병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일 수 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이것이 인종 정체성이나 성별 정체성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증명한다.
하지만 가끔 벌어지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와 같이 일반 사람들이 광기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그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광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광기를 질병의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자기 이해로 승화시키고, 그 광기를 삶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탐구해야 하며 자기 고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는 이를 받아들임으로서 문화적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