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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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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정말 제목을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정말로 주인공이 인생의 '겨울'을 지나가네요.

소설의 서두에서 주인공 정연은 엄마를 잃습니다. 엄마가 아팠었기에 각오했던 일이지만 엄마의 죽음은 크나큰 상실이지요. 그래서 정연은 엄마의 집에 머무르다가 엄마의 옷을 입고, 엄마의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엄마가 운영했던 칼국수 식당에서 칼국수를 끓여먹다가 손님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겨울을 엄마를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며 정연은 차차 대한과 소한, 우수를 지나지요.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크나큰 아픔이고 돌아가신 후에는 후회의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자식은 애도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 소설은 엄마를 잃은 후의 애도의 시간과 또 계절적 배경인 겨울이 어우러져 이중의 의미로 정연이 겨울을 겪어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담담하고 잔잔하지만 따스하게 정연은 회복의 시간으로 이르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화려하고 시끄럽지 않아도,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인생은 살아지지요. 섬세하고 따뜻한 눈처럼 하얀 소설, 이 소설은 제게 그렇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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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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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20일, 평범하던 도쿄의 출근길 지하철은 지옥이 되었다. 사이비종교인 옴진리교의 신도들이 지하철에 독가스를 유포하는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출근길이었던 만큼 이용객이 많았던 지하철에서는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로 이 테러에 주목해 독가스 피해자들을 인터뷰한다. 저자는 이 사건이 일본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단 이 에세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진다. 피해자들은 일상 속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그야말로 횡액을 당했지만 충격적이게도 일본 사회에서는 그들 피해자들을 불편해하고 있었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어했고 인터뷰를 마다한 이도 있으며 심지어 인터뷰를 하고서도 그 인터뷰를 책에 담지 말 것을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

피해자들 중 지하철 직원들은 자신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의 출근길 직장인들은 몸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임에도 직장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심하면 목숨을 잃었고 대부분 크거나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일단 옴진리교의 사린 사건에서 재난에 대비한 컨트롤타워가 작동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골든타임을 놓쳤고 겪지 않아도 됐을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나를 충격에 빠뜨린 건 피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었음에도 직장에 폐를 끼친다고 미안해했으며, 심지어 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이 빈발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였고 언론들은 흥미 위주로 이들의 상처를 헤집었으며 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을 껄끄러워했다. 피해자 개개인은 한 명 한 명 분명한 개성이 있는 개인들이었음에도 이들은 '피해자'라는 개념에 함몰되었고 그 개념에 휩쓸려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들 피해자들을 다시 한 개인으로 돌려보낸다. 그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들에게 사린 가스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래서 옴진리교의 독가스 유포 사건을 '이야기화'하여 일본 사회에 되돌려준다.

우리 또한 이러한 재난의 기억이 있다. 2014년 4월 16일이 그랬고, 2022년 10월 29일이 그랬다. 평범한 날, 일상에서의, 아무 이유없는 재난. 차라리 일본은 사이비종교라는 뚜렷한 범인이 존재했지만, 그래서 사형시킬 범인이라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재난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 재난의 피해자들은 또 어떠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을 보는 시선은 어떠했는가? 우리는 이 사건들을 '이야기화'하고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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