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보주의나 자유주의 성향의 서양인이 아니라면, 죽은 닭을 가지고 성행위를 한 후 그것을 요리해 먹는 것은 잘못된(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도덕성을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설령 그 누구에게 해가 가지 않는다 해도 분명 잘못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이 이들에게는 있다. 이렇듯 같은 지구라도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심지어 같은 사회 내에서도) 도덕성은 차이가 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것이 바른 마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른 마음을 이해하는 두 번째 걸음은 그 수많은 도덕성이 생겨나는 애초 연원이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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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학장은 평소와 달리 무서운 음성으로 혜기와 한혁을 압박했다. 제대로 통풍이 되지 않아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탓에 사람들은 거의 러닝셔츠 차림이었는데, 드러난 그들의 신체는 거의 성한 곳이 없었다. 모두의 몸에는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고름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왜 다들 저런 모습이죠? 왜 저런 상처가 나 있어요?"
"노름꾼의 말로다. 저들의 상처는 다 수술로 생긴 거지. 바로 엊그제 홍콩에서 수술 받는 걸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저자는 한 달 전 허파를 떼어내고 이틀 전 다시 콩팥을 떼어냈어."
"왜 저렇게……."
혜기는 짐작을 하면서도 굳이 물었다. 왕우가 대답했다.
"장기를 헐값에 파는 겁니다. 도박이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허파든 콩팥이든 팔 수 있는 건 다 파는 거죠. 엊그제 수술을 하고는 손에 쥐어진 위로금 몇 푼으로 저렇게 도박을 하는 거랍니다. 도박을 하고 있을 때는 통증도 못 느껴요."
"인간의 장기가 몇 푼밖에 안 되나요?"
"저들은 장기를 팔아도 자신들 손에는 푼돈 몇 푼 쥘 뿐입니다. 목돈은 아예 손에 만지지도 못해요. 모든 거래는 채권자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경찰은 가만있나요?"
"경찰이요? 수술은 저들이 간절히 원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얼마나 무서우면 장기를 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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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기, 최한혁은 남고 김태호, 신정민은 나와 함께 나간다."
"아니!"
"뭐라고요? 잘못된 거 아닙니까? 거꾸로 됐잖아요!"
태호와 정민이 거세게 항의했다. 그들의 눈은 학장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학장은 말이 없었다.
"학장님, 뭔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각각 2,700만 원과 6,000만 원을 이겼습니다. 그러나 혜기는 500을 이겼을 뿐이고 저 친구는 오히려 200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합격이고 우리가 불합격이라니요? 승복할 수 없습니다."
학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농담이시죠, 학장님?"
학장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고요?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카지노 게임이란 많이 따면 딸수록 잘하는 게 아닙니까?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시험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학장은 빙긋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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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카지노 게임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특히 바카라에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선량해야 한다."
도박에 관한 철학, 특히 바카라에 대한 최 교수의 정의는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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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덕적 추론을 이와 달리 생각하면, 즉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자신이 속한 팀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현실에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직관에서 늘 눈을 떼지 말라. 그리고 도덕적 추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도덕적 추론이란 대체로 그때그때 맞춰 만들어지는 사후 구성물로, 하나 이상의 전략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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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충격이네

"우린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잖아요?"

로드니 킹(Rodney King)의 이 간곡한 호소가 유명해진 것은 1992년 5월 1일, 흑인인 그가 로스앤젤레스의 경관 네 명에게서 거의 죽을 지경으로 구타를 당하고 약 1년 뒤의 일이었다.

((중략))


그럼에도 이 문장을 밀고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요즘 들어 킹의 이 질문은 인종 관계만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 관계와 정당 협력의 붕괴에까지 적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저녁 뉴스 시간에 워싱턴 정가의 소식을 듣고 있으면, 마치 워싱턴 상공의 헬리콥터로부터 전쟁 특보라도 전해 듣는 느낌이 든다.

이미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진 문장을 가져다 이 책의 서두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두 번째 이유는, 세간에 화제가 된 일은 거의 없지만 그 뒤에 이어진 킹의 말이 참으로 애틋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또 이미 했던 말을 수시로 되풀이해가며 애면글면 텔레비전 인터뷰를 이어가던 킹은 어렵사리 이런 말을 꺼내놓았다. "제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우리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나가자고요."

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 책은 그 까닭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왜 그토록 쉽게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으르렁대는지, 그러면서 왜 저마다 자신이 바르다고 확신하는지, 그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노력을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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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바름에 대한 강박(이는 불가피하게 독선으로 이어진다)이 정상적인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증상임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곧 바름에 대한 강박은 우리 인간의 진화상 설계에 나타나는 한 가지 특성으로, 우리 마음에 몰래 기어들어 온 버그나 오류는 아니다. ‘이것만 없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 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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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원칙은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다"라는 것이다.7 도덕적 직관은 자동적으로, 그리고 거의 일순에 떠오른다. 도덕적 직관은 도덕적 추론보다도 훨씬 앞서 일어나며, 차후에 일어나는 추론도 처음의 이 직관이 이끌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도덕적 추론이야말로 진리에 다다르는 수단이라고 여기면, 매번 낙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들이 너무도 어리석고, 편견에 가득 차고,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적 추론을 이와 달리 생각하면, 즉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자신이 속한 팀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현실에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직관에서 늘 눈을 떼지 말라. 그리고 도덕적 추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도덕적 추론이란 대체로 그때그때 맞춰 만들어지는 사후 구성물로, 하나 이상의 전략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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