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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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부터 일러스트, 산문집의 제목까지 너무도 서정적인 그의 글은 읽는 이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준다. 장석주 작가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35통의 편지를 엮은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는 계절의 시간이 전혀 다른 남반구 호주에서 여행을 하며 써 내려간 글이다. 남의 편지를 왜 읽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 글에는 작가의 생각과 풍경, 감정들이 두루 섞여 읽는 이의 마음에 공감과 용기, 희망을 불어 넣어준다. 요즘같이 삭막한 삶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처럼 포근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도대체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지만 작가의 답이 없는 이상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독자 중 한 명인 나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란 생각으로 몰입하여 읽었다.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는 여행을 하며 글을 썼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부분이었다. 본인이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는지 어떤 일들에 처해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왜 여행을 시작했는지 이런 모든 대답들이 읊조리듯 이어져 나간다. 우리에게 여행은 새로운 경험지일수도 있고 현재를 외면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될 수도 있다. 저자 역시 어렵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글을 쓴다.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들이 저자 자신의 사적이고 내밀한 마음들을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 사람은 내 자신의 모든 것이 제로에 가까워졌을 때, 세상을 더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책 제목의 의미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나서야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의 견고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는 의미로 조심스럽게 해석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글의 표현이었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표현들 속에서 마치 편지의 대상이 된 것 마냥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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