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새로운 작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장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영웅들의 꿈>은 위의 두 가지 부문을 모두 접하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특히 환상적 사실주의 작품들로 유명한 보르헤스가 극찬한 작품이라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심지어 책 띠지에는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란 문구가 적혀 있어 강한 호기심을 일으켰다. 환상문학이란 수식어와 <영웅들의 꿈>이란 제목, 마치 고대문명과 같은 표지를 보며 신화적 소설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으나 그 상상은 산산히 부서졌다.  

  1920년대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경마로 큰 돈을 번 청년 에밀리오 가우나가 우연히 벌어들인 돈을 존경하는 박사와 친구들과 어울리며 흥청망청 쓰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밤낮으로 술에 취해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긴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가우디는 어느 한 호숫가에서 깨어나고 그간의 기억들이 희미하여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뚜렷한 기억이라고는 호감이 갔던 가면을 쓴 한 여성뿐이다. 이후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자 하지만 꽤 오랜기간 기억을 잊은채로 살아간다. 

  마법사의 딸인 클라라를 만나게 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매끄럽지만 않다. 이야기는 명쾌한 해석 하나 없이 약간은 우울하고 희미한채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한편으로 알 수 없는 이 미궁 속 소설이 나를 어디로 데려놓을지 몰라 조금은 들떠 있기도 했다. 특히 가우디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된 사건으로 또 다시 경마에서 돈을 벌게 된 이후에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충격과 의외성을 가져다 주었다. 나를 매혹시켰던 환상문학은 잊어버린 기억의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았다. 물론 조금 어렵기도 했다. 이런 장르의 문학은 그 기법이나 근원을 좀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웅들의 꿈>이란 제목은 어쩌다 붙어지게 되었을까도 고민해 보게된다. 도대체 주인공이라고 느껴지는 가우디에게는 영웅적 면모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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