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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달이 차고 기울듯 당신에게 돌아올게', 너무 예쁜 구절이라 보자마자 단숨에 각인되어 버렸다. 슬픈 사랑 이야기라고 예상했지만 그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첫 이야기는 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와 그 어린 딸을 만난 중년 남성, 첫 만남처럼 보이는데 기묘하게도 어린 딸은 그 남성을 잘 아는 것만 같다. 영문을 모른채로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그 기묘함을 눈치챘는데, 소름이 돋았다. 책을 읽으며 소름이 돋은게 얼마만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오사나이 쓰요시이다. 딸과 아내를 한 번에 잃고 혼자 살아가는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가 전달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딸과 깊이 관련된 두 남녀가 있었다. 단숨에 각인된 '달이 차고 기울듯 너에게 돌아올게'에 담긴 의미는 환생이다. 오래전 사랑했던 남녀의 애뜻한 만남이 환생에 환생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음을 함축적으로 지닌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초반부에는 소름이 돋았다. 오사나이 쓰요시의 어린 딸이 일주일간 고열을 겪고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진 행동들을 묘사할 때는 '뭐야, 공포물이야?'라고 외치면서도 손을 뗄 수 없는 흥미로움을 자아냈던 반면에 후반부로 갈수록 그 소름돋는 사건들 속에 감춰진 감동적이고 애달픈 사랑이야기를 발견하고는 또 다시 손을 뗄 수 없었다. 상반된 감정들을 느끼며, 강풀의 웹툰이 생각났는데,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가 나오키 수상작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가는 '미스미', 그리고 그런 그를 사랑했던 '루리'. 이 둘의 애틋한 사랑이 환생을 매개로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인해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그 기묘함에 푹 빠져들었다. 다양한 사랑이 사는 세상이니만큼 사랑 또한, 그 수만큼 많은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 또한, 충분히 구성해낼 수 있는 상상이라고 생각된다. 환생을 매개로 쓸 만큼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 그 이야기가 이로인해 더욱 감정의 극대화를 가지고 오는 것 같다. 한 번 펼쳐들고 단숨에 읽어내릴만큼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울리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