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허지은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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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권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쟁 속에서 탄생해왔다. 그 투쟁에 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었고 그 값으로 작은 변화들을 일궈내왔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여성은 싸우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인식한 것이 불과 2, 3년 전부터이다. 출판업계에서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들이 수없이 출간되고 있으며, 매년 열리는 페미니즘 페스티벌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여성들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이란을 배경으로 한 <나의 몫>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수메는 시골마을 콤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다. 이란에서의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많은 사람들이 익히 듣고 알고 있을 테지만, 소설 속에서 여성의 삶을 대변한 마수메의 일생은 보는 내내 인상이 찡그려지는 억압된 삶이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마수메를 유일하게 지지해주는 아버지와 그에 반해 탐탁치 못해하는 어머니와 남자 형제들. 여동생이 남자 형제들에게 학대를 받아도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세상,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은 사회인 가족들에게도 철저히 배제당하며 언어적 신체적 억압을 받는 여성들, 그리고 끊임없이 악순환되는 그 과정들까지 마수메의 반세기 삶에 담겨있다. 

  마수메는 가족들에게 강요당해 얼굴도 본 적 없는 남성과 결혼하게 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보적인 이 남성은 마수메의 학업을 지지해주고 여성의 권리를 인정한다. 하지만 혁명을 주도하는 남편이 청지범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마수메의 삶은 함께 혼란에 빠진다. <나의 몫> 모든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태어나서 짊어 질 나의 몫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스스로를 짊어질 수 없으며 타인에 의해 휘둘리는 삶이 정당성을 부여하며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몫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삶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순간순간을 견뎌내는 것 뿐일 것이다.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전 사회적인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슴 아프고 눈쌀이 찌푸려지는 괴로운 일이지만 제대로 마주하고 이것이 현실로 존재함을 아는 것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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