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오 마이 갓! 표지가 왜 이렇게 예쁜거야. 책등이 없어 180도 벌어지는 책이 신기하기도하고 페이지가 뜯길 것 같아 노심초사했던 첫 순간이었다. 프랑스 소설 아니랄까봐 내용은 약간 무겁고 심오하기까지 하지만 생각 보다 술술 읽히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랑은 몇 세기가 흘러도 식지 않을 주제일 것이다. 해답을 알 수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통해 겪는 감정의 폭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해도 쓰이는 소재인 것 같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아내가 있는 티투스와 그런 그를 사랑하는 베레니스가 등장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베레니는 그만큼의 댓가를 톡톡하게 치뤄내는데 그 실연과 아픔을 감당하고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 베레니스가 라신이 쓴 작품을 읽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처음 라신이 가상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프랑스 고전 비극의 대표적 극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을 담아내어 더 깊은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녀는 분노, 버림받은 느낌, 긴장감 같은, 자신의 굴곡진 기분과 어울리는 시구를 언제나 찾아낸다. 그리고 대화 속에 인용 구절을 집어넣을 때 생겨나는 진지함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라신은 사랑의 슬픔을 파는 슈퍼마켓이다.

  시간을 넘나드는 느낌의 이 책은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공감되는 구절들이 많아서 한 문장을 여러차례 곱씹어 보기도 했다. 끝까지 그녀의 사랑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수많은 감정들의 총체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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