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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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보라빛의 표지를 보고는 부셔지는 햇살아래 쓰여진 애잔하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짐작했으나, 전개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갔고 그 넘실대는 파도 속으로 나 또한 흘러 들어갔다. 사건이나 등장인물의 구성은 군더더기없이 심플했다. 매우 심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소설이었다. 

 다른여자와 떠나버린 남편으로 괴로워하는 '클로에', 그런 클로에를 걱정하는 시아버지 '피에르'  이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평소 입 벙긋하는 것도 보기 어렵던 시아버지 '피에르'의 도움으로 두 딸과 시골집에서 힘든시기를 겪어내는 '클로에'는 시아버지의 정성스런 보살핌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다가 그와 오랜 시간 대화를 하게 되는데 알게모르게 남편을 두둔하는 느낌의 시아버지의 말에 클로에는 격분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시아버지의 한 마디 "나 말이다,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어. 네 시어머니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말이야."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피에르를 사랑한 여자 '마틸드' 
의아하다는 클로에의 계속되는 질문에 따뜻한 난로가에서 피에르는 마틸드와 있었던 기억들을 꺼내 들려준다.

 처음 만나는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는 대화속에서 등장인물 각각의 심리선을 섬세하면서도 유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빠져들어 읽었는지 모르겠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보통 이런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겠지, 그래서 더욱 새롭고 신선하다. 게다가 부인을 버리고 새로운 여자와 떠난 남편의 아버지인 시아버지가 자신에게도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 경험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욱 그럴 것이다. 문득 괴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경험한 사랑이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실된 것이었기에 본인도 아들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려는건가 싶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두 여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 본인을 책망하고 있었다.  참 어려워졌다. 끝내 마틸드에게 가지 못한 '피에르'에게 선뜻 잘한 선택이라고 소리높여 주장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틸드에게 왜 가지 못했냐고는 더더욱 얘기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시간이 흘러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보석함같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이곳저곳에 숨어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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