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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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며 김애란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고

소설에서 이렇게나 간직하고 싶은 글이 많다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했다.

특히나 고민해보지 않았음직한 것들을 새로이 바라보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2.

남들보다 빨리늙는 선천성 조로병에 걸린 아름이.

그리고 그런 아름이를 열일곱이란 어린 나이에 품에 안게 된 34살의 대수와 미라.

하루하루 고비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아름이의 시선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아름이의 시선은 특별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김애란 작가의 사랑과 아픔에 대한 통찰력이 꽤 깊은 듯 느껴진다.


3.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특히 부모와 자녀에 대한 관계를 잘 그려냈다.

아무리 어린 부모라도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고

나이 많은 자녀라도 부모에게는 그저 어린 자식이라는 것.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변하지 않는 주제들로 꾸며내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제목만큼이나 두근두근하게 읽히는 책이다.



p.47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내가 보기에 기적은 내 눈앞의 두 분,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외삼촌과 외숙모였다. 이웃 아주머니와 아저씨였다. 한여름과 한겨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p.50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p.77
부모는 왜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가질까?

p.79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자식을 통해 그것을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거다.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p.173
누가 그러는데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대요
건강한 것, 형제간에 의좋은 것. 공부를 잘하는 것. ....부모보다 오래 사는 것 많잖아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해냈어요. 그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자고.

p.177
엄마, 이 사람이 그러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요....
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래요.

p.217
누가 봐도 명백한 구애, 명백한 노력처럼 보이는 표현은 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떤 여지 같은 것은 남기고 싶었다. 들키기 위해 숨어 있는 `틀린 그림`처럼. 부정이 아닌 시치미가, 긍정이 아닌 너스레가, 들꽃처럼 곳곳에 심겨 있길 바랐다.

p.238
사전은 원래 동어반복적이야.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자기만의 사전을 따로 쓰기도하지. 누가요? 시인들이 그렇지

p.265
그즈음, 엄마는 아마 행복했던 모양이야
겁이 많아진 걸 보면
맞아, 그래서 출근하는 아버지를 보면 철렁해지기까지 한다고 했어.
저 사람에게 갑자기 무슨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이유없이 가슴이 미어진다고도 하셨으니까.

p.328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것은 나무들이 제일 잘 안다. 먼저 알고 가지로 손을 흔들면 안도하고 계절이 뒤따라온다. 봄이 되고 싶은 봄. 여름이 하고 싶은 여름. 가을 혹은 겨울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봄`하기로 마음먹으면 나머지는 나무가 알아서 한다. 자연은 해마다 같은 문제지를 받고, 정답을 모르면서 정답을 쓴다. 계절을 계절이게 하는 건 바람의 가장 좋은 습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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