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왜가족안에서더빈곤해지는가 사회는 진일보하고 어느덧 우리는 인권을 얘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인권의 현 주소는 어디일까. 예로부터 여성의 인권 신장은 여성으로부터 만들어져 왔다. 여러 방면(참정권, 노동권 등)으로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자격 및 대우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조금씩 변화하는 듯 하지만 글쎄… 2023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 노동 현실을 다룬 취재 내용을 봤다. 여성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며 남성보다 평균 35%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기사였다. 불과 1년전인데 말이다. 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미용, 복지관련 직장들은 여성 노동자가 70-80%에 육박하는데 관리자는 왜 대부분 남성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외에도 의문은 계속되었다. ‘왜 여성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더 낮은 직종에 종사할까.’ ‘왜 임산부가 출산휴가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워킹맘이 아이를 맡길 수 없어 고군분투하다가 끝내 일을 그만두는거지?’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해결되지 않는 의문에 생각을 그만두고 만다. 「자본의 성별」 은 여성의 현 주소에 대한 의문을 확장시키고 파헤치는 책이다. 친밀한 가족 내에서 성별에 따른 부의 불평등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는 인터뷰와 객관화된 각종 통계 및 수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가정 내 여성의 위치를 얘기할 때 가사 및 양육 주제를 논할 때가 많은데 이 글은 부의 불평등, 더 구체적으로 자산 불평등을 핵심으로 꺼내든다. ‘소득 불평등’으로도 할 말이 많은데 ‘자산 불평등’이라니 산 넘어 산이 이런 느낌일까. 애당초 자산의 불평등은 출발선부터 다르기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긴하다. 그러니 주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주제이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 여성은 이혼이나 상속을 통해 가족 내 자산에서 배제된다. 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뿐 아니라 한국 역시 남성, 특히 장남에게 많은 부가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업의 승계 역시 마찬가지다. 부는 남성에게 옮겨가고 축적되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은 적은 선택지와 침묵을 요구당한다. 자산 불평등은 상속 뿐 아니라 이혼에서도 발생한다. 이혼은 여성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이혼 여성이라면 경제적 활동의 제약으로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법의 허점이 여성의 양육 및 가사노동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 내 여성의 노동을 토대로 부는 굴러가고 축적되지만 그 결과는 희생뿐이란 현실이 아프다. ‘자본의 성별은 남성’이란 표현은 거칠게 말하면 여성 착취을 기반으로 한 가족 재생산 전략을 통해 남성 중심의 부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은 굳이 전문서적을 찾지 않아도 가까운 ‘엄마’, ‘할머니’의 지난 삶만 들어도 체감이 가능한 현실이다. 매우 씁쓸하지만 안전하게 여겨지는 가족 내에서 성별에 따른 부의 차별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오랜 시간 공들여 관련 내용을 조사한 저자의 의지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어 다행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길... 알아야지 새로운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