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세계문학 다섯번째 시리즈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출간되었다. 뮤지컬로 더 친숙했던 이야기였는데 소설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소설은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설렘 가득 페이지를 넘겼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슐레밀은 회색 옷을 입은 남자와 거래하여 자신의 그림자를 넘기는 대신 금화가 마르지 않는 주머니를 받게 된다. 슐레밀은 금화가 마르지 않은 주머니 덕분에 엄청난 재력가가 되지만 그림자를 잃은 대가는 혹독했다. 어딜가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을 받게 되었고 끝내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칩거생활을 하거나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조명을 세팅하여 간헐적으로 외출을 했다. 엄청난 부를 획득하여 저택을 짓고 많은 신하를 거느렸지만 잘못된 거래는 슐레밀을 암흑으로 밀어넣었다.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놓치는 우리들처럼 슐레밀은 자신의 그림자를 별 고민없이 내어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부를 얻었음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척되는 처지에 놓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이 쓰인 19세기에도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었으니 자본주의의 오랜 역사를 직접 체감한 듯 하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충실한 신하 ‘벤델’이 있었다. 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외로움을 덜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연인 ‘미나’와는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악마는 끝내 그림자를 빌미로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슐레밀이 끝까지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