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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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오묘한 빛깔로 반짝거리는 거울 속 풍경이 을씨년스러우면서도 묘하게 궁금증을 가져다주었다.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내게 붉은색 표지가 인상적인 「보름달 안과」 의 첫 인상은 꽤나 강렬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겨울의 색을 지녔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학교에서 까마귀를 쫓다가 거울 속 보름달 안과에 떨어지게 된 은후로부터 시작된다. 그 속에서 만난 도선생과 미나, 그들은 사람의 눈을 치료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영혼을 치유한다고 해야 될까.

「보름달 안과」 라는 제목에 의문을 품었는데 책을 읽으니 풀려버렸다. 사람의 눈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치 보름달과 같다. '동그란 구', '반짝반짝 거리는 빛남' 같은 것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색이 바라고 상처난 눈을 치료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더 흥미로웠던 것은 치료의 대가인 욕망이었다. 실명할 위기에도 욕망을 버리기 쉽지 않으니 그래서 인간이겠지.

끊임없이 증오하고 복수심에 온 평생을 바친 이에게 쉬이 그만두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끝에 남는 공허함이 얼마나 클지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왜 인간은 이토록 잔인할까. 왜 어떤 이는 존재 자체로 억압받고 상처 받는걸까. 참으로 불공평하단 생각을 종종한다. 도선생에게 구해진 미나의 운명, 그리고 도선생의 운명은 얽히고 설킨다.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때로 운명은 냉혹하고 이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아팠다.

가볍게 볼 요량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에 여러 생각이 스친다. 은후에게도 아빠가 남긴 상처가 있다. 아빠가 떠나간 날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변했고 은후의 마음은 다쳤다. 그 시작도 결국은 사랑이었단 것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아프다. 한 사람을 너무 아껴서 죽음의 운명까지 받아들이는 사랑을 나는 생애에서 알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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