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랑 작가에게 홀로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한참 식물에 관심을 가질 때 작가의 책 몇 권을 읽은 적이 있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글은 언제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제목의 산문집을 만나 저자의 이름을 확인했더니 기억하고 있던 이름이었다. 바로 '임이랑' 작가! 그가 전하는 밤의 글이 궁금했다.
'매사에 객관적인 사람' 같은 건 없다.
매사에 객관적인 건 애초에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짧은 문장들이 계속 서성인다. 오래 전 혹은 현재 진행 중인 감정들을 글 속에서 만났다. 깨닫기도 전에 지웠던 지난 감정들이 떠올라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대체로 반가웠다. 연필을 들고 공감가는 글에 밑줄을 치다가 내 생각을 얹을 때면 못내 표현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담담하게 생각났다. 감정이란 속절없이 흘러가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 달하고는 하는데 이를 잘 제어할 수 있기를 언제나 희망했던 것 같다. 파도같던 감정은 언제나 강했고 쉬이 잠잠해지기 어려웠지만.
수없이 많은 밤을 쌓아 올린 평안도 순간의 불안 앞에선 불구덩이 안에 던져진 종잇조각처럼 순식간에 불타 사라진다. 정신이 망상과 싸우는 동안 몸이 백기를 흔들고 만다. '몸이 정신에게 지는 건 이렇게 초라한 마음이 되는 거구나'하며 슬퍼진다. 나약한 내가 강인하려는 나를 훼방 놓는다.
평소 부유했던 생각들이 글로 정리된 것을 보는 건 언제나 벅찬 일이다. 「밤의 마음」의 글을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어땠을까. 컴컴하고 실체없는 불안에 둘러싸였던 어느 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면 내게도 단단한 위로가 되어 주었을텐데. 어린 시절의 내게 잠 못 드는 밤들 사이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밤의 마음」을 선물하고 싶은 깊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