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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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자꾸 붉어졌다. 차오르는 눈물이 툭 떨어져 책장을 적시는데 마음이 따스해졌다. 이해인 수녀님은 <꽃잎 한 장처럼>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편지글로 수록했다. 희소식보다 사건, 사고, 부고 소식이 더 많은 나이, 죽음에 더 가까워진 나이, 이해인 수녀님은 80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에는 죽음에 대한 언급이 많다. 병들어가는 몸으로 여기저기 아픈 날에는 우울한 하루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운을 잃지 않으려 웃어보는 모습에 나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이의 삶은 충고나 조언, 잔소리의 부재에도 사람들의 고개를 숙이게 하고 반성케한다. 성인을 보며 사람들이 깨닫는 진정한 성찰이라 생각한다. 사랑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태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베푸길 좋아하는 태도가 글 곧곧에 묻어있다. 그 삶의 태도를 보며 따뜻함을 느꼈다.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곤 한다. 이해인 수녀님 역시 나무, 꽃, 태풍, 거미, 비를 보며 그들이 일러주는 이야기를 잘 기록해 두셨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인간 중심적인 효율, 편의, 결과중심 등으로 사고하게 된다. 슬프게도 그런 사고방식으로 인해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병들고 있다. 그럼에도 해마다 계절은 돌아오고 자연은 절기에 맞게 변화한다. 산이라면 학을 뗐던 나는 서른 중반에 접어들며 등산을 즐기기 시작했고 산이 주는 풍요로움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싹을 틔우는 식물들을 보며 새로운 배움을 느끼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자연이 주는 이치를 깨닫기엔 여전히 부족한 내공이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이 즐겁다. 나의 풍경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기 시작하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처럼 나의 터, 나의 가족과 지인들, 내가 돌보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주고 잘 가꾸어야지.

모든 시와 편지글이 좋았지만, 가장 감명깊게 읽은 시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어떤 죽은 이의 말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 속에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싶은 일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 이말만은 꼭 하고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왠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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