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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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따르는지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 알았다. 집을 알아보는 것부터가 부담인데다 가진 금액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매로 집을 사기엔 수중의 돈이 부족해 전세를 전전하며 살고 있는 터라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내 집도 아닌데'란 느낌이 강해서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반면, 『첫 집 연대기』의 저자는 전세도 아닌 월세집을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고쳐나갔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전원주택 2층 공간을 보증금 500, 월세 35란 가격에 구했으니 2년이나 머물 자신만의 공간에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꾸미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화장실은 극강의 낡음이 뿜뿜하고 있었다니 상쾌한 기분으로 사용하려면 꼭 교체가 필요했을테다. 월세나 전세일지라도 내가 머무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공간에 변화를 준다. 집의 분위기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지라 머무는 공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책장이나 책상은 국내산 저렴이들이지만 의자나 꽃병은 또 해외에서 가져오는 저자의 기상천외한 사고방식도 신선했다. 남에게 내 집을 보여줄 것도 아니고 내 취향으로 채우면 그만이란 생각이 든다. 독자 중 누군가는 '저런 합리적이지 못한 구매를 하다니', 혹은 '다 허세네 허세.'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저자가 자신의 취향을 참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비록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아닐지라도 집 안에 두고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꼭 합리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공간을 채우는 태도, 사고방식이 좋았다.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그 집엔 어떤 취향의 나로 채워질 수 있을까? 내가 사는 집이 나를 닮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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