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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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랄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엘리의 주변 어른들은 걱정스럽다. 한 살 많은 함구증의 형과 마약에 빠진 엄마, 마약상인 새아빠,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인 70대 베이비시터.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다. 탈옥수 베이비시터는 엘리가 아이의 몸에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어른이 듣기에도 혐오스러운 잔혹한 범죄의 면면들을 동화책 읽어주듯 들려준다. 이야기의 복선 같기도 한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의 말은 엘리와 형, 슬림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은유적 표현들이 꽤 많았는데, 함구증인 형이 오른 손 검지를 이용해 허공에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장면은 마치 음악을 지휘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어린아이. 분위기는 기묘하다. 탈옥수 70대 베이비시터인 슬림은 흔히 질이 안 좋게 보여질 수 있지만, 엘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모자람 많은 어른들이지만, 삶의 지혜를 주는 슬림과 엘리에게 소중한 가족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가 가진 힘으로 자라나기도 하고, 주변의 온정으로도 자란다. 600페이지가 넘는 『우주를 삼킨 소년』은 두꺼운 페이지를 자랑한다. 딱 보아도 두꺼운 위용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이 매우 매력적이고 한 번 읽으면 가독성이 높고 흥미로워 생각보다 빨리 읽힌다.

흔하게 알고 지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담긴 이야기는 엘리의 성장과 함께 흘러간다. 좋은 사람이 될까? 나쁜 사람이 될까?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과거도 부모도 출신도 상관없이 말이다. 이 말이 귀에 맴돈다. 그럼에도 자라온 환경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보기랄까.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스로의 선택 또한 중요하단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야기의 끝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부디 엘리의 시선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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