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오수영 지음 / 별빛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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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집어든 책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나를 만날 때의 기분, 그 묘한 동질감과 위로가 참 오래 남았다.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는 그 제목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야만 할 것 같은 책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마음에 닿은 글은 연필로 표시해두고 두번 세번 보았다. 깨지기 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얼마나 힘겨울까. 또 한편으로 얼마나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걸까.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담이 작고 소심한 덕에 마음을 졸이면서 살아가는 날들이 많다. 상황과 말들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옥죄이는 성격이다. 그런 자신이 싫을 때도 많지만 태생이라 쉬이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만난 오수영 작가의 글은 참 시기적절했던 것 같다.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계절은 없다, 바람은 날마다 불어오고, 사람은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그 바람을 감당한다. (생략) 적어도 이 계절에 불어오는 바람도 금세 흘러갈 흐름이란 것을 알고 있는 초연함이, 사람을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한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즘의 내게 참 필요한 말이었고 위로의 말처럼 귓가를 스쳐 마음이 따스해졌다. 문제가 생기면 남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고 따박따박 논리있게 말을 하기보다는 눈물을 쏟으며 감정에 묻어버렸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시간들 속에 불안했던 마음까지도.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초연해질까 싶었던 순간들이 쌓여 벌써 3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웅크리고 나약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나를 제일 괴롭히는 내게 주문처럼 다가왔던 글이었다.   

 마치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쓰인 듯한 글을 볼 때의 친밀감은 위대하다. 성별도 나이도 모르는 작가에게 품는 고마움이 번진다.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기쁨도 함께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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