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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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들어본적이 있는가? 이전에 쓰였던 정신분열이 지금은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불리고 있다. 직업의 특성으로 정신장애를 지닌 분들을 마주하는 일이 종종 있는 터라 조현병이란 용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의 증상은 아직도 낯설 때가 있다. 정신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직업인지라 자주 접하고 공부하면서 뇌의 잘못된 작용으로 발병이 되는 것을 알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이상하고 충격적일만하다. 정신장애인의 8~90%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하며, 100명중 1명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실상 조현병이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닌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환자가 훨씬 많고 뉴스에서 보는 공포의 대상들은 드문 편이지만, 미디어는 늘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고 방영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의 저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이 두 아들은 모두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그 중 둘째아들은 21번째 생일을 앞에 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조현병은 당사자도 힘들지만, 그 가족들이 가장 고통받는다. 밤이면 이웃 문을 두드리며 '내가 메시아'라고 외치고 다니는 아들을 부모는 어떤 생각으로 보살필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딜까. 아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신이 지칠 것이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고 내 주변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의 저자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에 아들의 조현병을 마주하면서 생긴 변화들, 수렁에 빠지게 되는 조현병의 실체, 조현병을 터부시하는 사회를 온몸으로 겪으며 쌓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매우 놀랍게도 이 책은 의학저술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조현병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풀어낸다. 저자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이 정도의 지식을 알고 있다는데서 병을 가장 정면에서 마주해야하는 가족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 책은 단순 회고록이 아니다. 정신장애를 미친놈으로 하대하는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의 조현병을 알리고 이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낱낱히 밝히며 소리높여 호소하는 밀도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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