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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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자를 보도하는 자극적인 뉴스는 한 두건이 아니다. 이런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정신질환자는 어떻게 비춰질까? 정신장애인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근무환경에 있는 나로서는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질환자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왔다. 정신장애인 중 상당수가 겪고 있는 조현병은 환청, 환시,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기적인 약물 복용을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된다. 반면, 정신과 약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가 어렵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모든 정신장애인이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남을 잔인하게 해하는 위험한 인물은 아니다. 위험군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일뿐이고 그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뇌과학자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소재는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게다가 그 뇌과학자는 정신병에 걸렸다가 병을 치유하고 원래의 본인으로 돌아왔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정신병을 경험했던 자신과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가족의 이야기를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로 펴낸 바바라 립스카의 글은 뇌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바바라 립스카는 유방암과 피부암을 겪고 부디 마지막이어야 할 뇌에 전이된 흑색종, 즉 뇌종양을 이겨냈다. 그녀의 정신병은 이 때 2달간 발병하였는데, 가장 큰 종양이 자리잡은 전두엽이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질환의 기능 문제가 생기는 주요 위치인 전전두피질과 전전두피질은 다른 뇌 영역들을 연결해주는데 그것이 망가지면 감정과잉, 과다경계상태, 치매, 망상, 환각 등의 증상을 가져온다. 이 증상들은 저자가 모두 겪은 것있고 그녀가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장애를 인지히지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뇌가 망가지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될 수도 있다.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은 어쩌면 뇌의 기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뇌를 탓하지는 말자. 뇌는 늘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바버라 립스카처럼 굳은 심지와 노력이 있으면 기적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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