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첫 문장이 매우 탁월하다. 책에도 첫인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가 첫 문장이다. 그런 이유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연애의 기억>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연상된 또 다른 작품은 <더 리더>였다. 물론 풀어나가는 스토리는 완전 다른 느낌이지만, 주인공들의 나이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충실한 감정, 주변에서 풍겨오는 곱지 않은 시선 등 캐릭터의 설정이 비슷하게 그려진 듯했다. 심지어 <연애의 기억>에서 소년과 여자의 나이차는 무려 29살이다. 더 리더와 다른 점이라면 <연애의 기억>의 수전은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9살 소년 폴은 수전의 집에 가서 남편 그리고 딸들과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어떤 죄책감조차도 느끼지 않는다. 한국인의 정서로서 안맞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겠으나,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중 하나였다. 그녀의 남편 매클라우드가 수잔과 폴의 관계에 전혀 상관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폴에게서 난 무엇을 느껴야 했던 걸까? 의문이 더해졌다. 

 

  연애에 대한 다양한 소설이 있고 그 중 정말 애정하는 작품들이 있다. <연애의 기억>은 일면의 유교적 정서를 지닌 나와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지만, 연애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그것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감정들, 삶들을 새로운 표현과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테니스 수업에서 만난 그들이 서로를 겪으며 사랑하고 산화해가는 과정을 잘 담았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군가의 기억에 담긴 과거의 연애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모두의 사랑이 그렇듯 사랑 하나하나는 독창적이고 개성이 넘친다. 그러니 좋은 글로 쓰인 이 연애소설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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