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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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녕 악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가’에 대한 논제를 강하게 이끌어낼만한 소설이었다. <도가니> 이후 5년만에 펴 낸 <해리>는 도가니와 같이 안개가 자욱한 무진을 배경으로 한다. 지척에 있는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인 무진의 안개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타인을 갈취하고 욕망을 집어삼키는 미물들마저 가려준다(차마 인간이란 표현은 못 쓰겠다). 무진의 안개가 상징하는 것은 어쩌면 무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신과함께에서 등장한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다”란 대사가 기억에 남았었다. 그러나 <해리>에서는 “인간은 변하지 않아요. 만일 변한 친구가 있다면 우리가 어려서 그를 잘못 본 거예요”라고 말하며 악한자의 일관성을 이야기한다. 사실 무진은 악의 동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폐쇄적이고 서늘하여 악인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좋은 환경이라고도 생각된다. 그 촘촘한 그물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역시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다. 참 지루하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인듯 하다.

"거대한 악은 작은 악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이렇게 정글로 변한 세상의 숲에서 언제나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죽어나는 것이다."

"악마는 창조하지 못해. 오직 흉내 내고 베낄 뿐이야. 악마는 진부하게 하던 걸 계속하지. 그리고 말해. '원래 그러는 거예요.' '예전부터 이랬어요','관행이에요.' 이게 유일한 변명이란다.

작중 인물 ‘해리’를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녀의 악은 환경의 요소인건지 갖고 태어난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의 선악을 떠나 책의 말미에는 역시나 지루하고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었다. 악은 완전히 뿌리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말을 볼 때 그 사람이 가진 삶의 태도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해리>는 쉽게 바뀔 줄 알았냐며 독자를 비웃으려는 것이 아닌 그런 고루한 세상에서 당신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택하라는 혹은 고민이라도 해보라는 무언의 의미로 난 해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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