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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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수상작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집이다.



단, 중편을 모은 작품집으로 장편보다는 짧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반갑게 맞을 내용들이 고루고루 들어 있다.



총 14편의 작품들은 미스터리 콩트부터 판타지, 블랙 코미디, 호러...



추리장르의 모든 성격들을 담아낸 작품들이라 그 어느 작품들 하나하나 허투루 읽을 수없는 매력을 지녔다.




첫 번째 작품인 저택의 하룻밤은 단편만이 주는 짧고도 아쉬운 마음, 그렇지만 인연을 이어가고자 계획을 세운 깜찍한 이벤트가 남다른 서늘한 분위기를 조장해 인상에 남는 것을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선로의 앨리스'라든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색다른 반전을 보인 책 제목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에도가 란포의 고코로 시리즈를 오마주 하며 메타픽션을 이용한 '미리인 F'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존의 작가들의 작품을 그만의 창작과 더불어 새롭게 변주한 작품들은 또 다른 신선함을 전해준다.





특히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과 같은 장치인 클로즈드 서클이 생각나면서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에 보인  애거사 크리스티와는 별도로 그만의 필력이 두드러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음식에 고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작품들, 꼭 짚어 말한다면 첫 번째 작품이 왠지 초반 두근거리는 분위기와는 달리 로맨스물로 흘러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작가의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난 색다른 추리 성격을 지닌 것이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올려본다.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가  후기 부분을 읽어보라고 했는데 작품 전체를 읽고 난 후 이들 작품들의 내력을 읽으니 예기치 않게 탄생하게 된 작품들 사연도 있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권에 담긴 저자의 추리 세계에 빠져들어도 좋을 것 같은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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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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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인 '순수의 시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 작품이라 낯설지 않은, 그러면서도 타 출판 작품과 비교해보는 시간도 갖게 된 작품이다.



저자가 그동안 그려온 많은 작품 속에 드러내 보고자 한 당 시대의 사회적인 제약과 그 모순 속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기에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가 영화 속 등장인물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가십거리, 스캔들에 속할 수 있는 인물인 엘렌의 자주적인 행동과 말, 자신의 약혼녀 메이와는 확연히 다른 뚜렷한 이 여성에게 끌리는 뉴랜드 아처, 그리고 엘렌과 사촌간인 메이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사랑'에 대처하는 모습들이 사교계의 통속적인 사회 모습을 통해 그린다.



그 당시로서는 당차다고 생각될 수 있는 엘렌의 모습들은 싫어도 사회가 요구하는 정숙한 이미지의 모습을 강요하던 메이가 선택한 길과 확연히 다르지만 이 또한 각자 나름대로의 사랑에 대한 방식이 다름을 느껴보게 하는 과정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한 남자가 두 여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이자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엔 사회 속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제악적인 상황들로 인한 아쉬움을 남기는 흐름들, 그런 면에서 엘렌의 사교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들이 오히려 아처보단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행복한 자신의 삶을 위한 과정으로 이혼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온 엘렌과 그녀를 향한 사랑에 대한 진실된 마음을 접어야만 했던 아쳐, 그런 아쳐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가문과 자신의 향후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고려한 메이의 행동과 결단은 누가 최선의 선택을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던진다.



사랑이냐, 명예와 결혼에 대한 신성한 약속을 지킴으로써 무난한 생활을 택하느냐에 대한 고민들이 세 남녀의 각자의 상황 모습을 통해 당대의 시사적인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는 점, 저자의 심리 흐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관습을 끝내 거부하지 못한 아쳐와 메이, 사회가 정한 관습과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못했던 엘렌, 이들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 자신의 세대와는 다른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아쳐의 모습을 통해 제목 그대로 순수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세 사람의 사랑의 행보, 사랑 때문에 말 못 하고 내린 인생의 다른 방향은 그들에겐 지난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의미한 것은 아닐까?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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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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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상 최초의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군주 키루스 대왕의 일대기를 담을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이 작성한 이 글은 메디아 속국에 불과했던 페르시아를 대제국으로 이루기까지 대왕이란 자리에서 그가 어떤 역량을 펼쳤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책 속에는 자기 계발서, 리더로서의 자질, 타인과의 대화와 타협, 피정복민에 대한 처세를 다룬 부분들이 오늘날 여전히 우리들이 받아들여할 부분들이 많음을 느낄 수 있다.




적재적소에 이른 관용과 자비, 타민족 정복 후 처벌에 따른 기준과 정의에 대한 실현, 복종의 개념이 억지로 이뤄내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동조에 우러나게 이끄는 점, 또한 지배자로서의 욕망절제와 대왕이란 자리에서 많은 결단과 내려야 할 때의 고민들을 엿볼 수 있어 고전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읽다 보면 리더로서의 자질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그의 철칙이 관용과 자비에 중점을 두면서 제국을 통치했다는 점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귀감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경우 전장에서 읽었고 마키아벨리가 자신이 쓴 군주론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서 지목했으며 피트 드러커가 극찬한 인물, 키로스 대왕-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는 그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이 책은 특히 그리스어 원전 완역과 해제를 통해서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참된 지도자로서의 솔선수범 실천했던 키루스 대왕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각자에게도 각기 맞는 부분들이 들어있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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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미야모토 테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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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후에 몰려온 잔잔함은 이런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여러 문학 작품들을 읽다 보면 와닿는 구절이나 풍경에서 오는 느낌들이 그때마다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등대'란 단어가 이처럼 위로와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이 마치 느림의 템포를 즐겁게 느낀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아버지의 가게인 중화 소바집을  물려받아 아내  린코와 함께 운영하던 고헤는 갑자기 아내와 사별한 이후 가게마저 접고 두문불출하다시피 살아가는 가장이다.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이 각자 제 몫을 하고 있고 교류라고 한다면 상점가 골목에서 반찬가게 운영하는 친구 도시오와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어린 시절 친구 간지와 이야기하는 정도다.



우연히 책 속에서 아내 린코에게 보낸 한 장의 엽서를 발견한 그는 아내조차 그 엽서를 보낸 이에 대한 존재를 모른다는 기억과 이후 몇 분 전에 대화를 나눴던 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삶의 허무함을 느낀다.



이에 도시오 가게에서 가져온 달력 속 등대 사진을 보면서 그 또한 등대를 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데...



각 지역에 흩어진 등대를 찾아 나서면서 그가 마주치거나 본 것들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한 편의 친근한 드라마를 보는 듯 다가왔다.



30여 년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던 그가 고등학교마저 자퇴하고 가게를 이어받은 인생길에는 친구, 자녀, 주변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발자취를 더듬는 과정과 함께  간지의 숨겨진 사연이 등장하면서 인연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등대는 멀리 있는 배의 길잡이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실체다.



이미지상의 등대가 그런 역할에 있다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대는 이와 함께 우연찮게 누군가의 등대역할을 하게 된 사연들을 풀어낸다.




아내도 그렇고 자신 또한 그러했다는 사실, 뒤돌아 보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던 그 시절의 회상들, 자녀들과의 서먹한 관계와 친근한 이미지의 아버지는 아니었음을 깨달아 가는 모습이 한 인간의 인생에 담아 있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렇기에 주저하지 않고 등대를 찾아 나선 그의 행보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비추어보게 되고 그럼으로써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가짐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알고 보면 평범함 속에 깃든 행복이 얼마나 많은가?

문득 떠오른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 업무일에 대한 상사의 칭찬을 받는 일, 하물며 강아지가 반갑게 맞아주는 행동도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행복에 대한 소중함과 그 소중함을 느낀 고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나의 행복 또한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일상 삶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란 것을 느껴보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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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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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미래파 작가로 불리는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만큼 낯선 이름과 내용상 주인공이'연기 인간'이란 캐릭터 자체가 궁금하게 다가왔다.



페나, 레테, 라마라는 세 사람의 노부인들이 피운 불에서 생거난 존재인 그, 부인들의 앞 글자 이름을 따서 페렐라라고 불리는데 굴뚝 안에서 무려 33년이란 시간을 지내며 그녀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고 어느 날 그녀들의 대화가 중단되자 도시로 내려온다.




그의 신비스러운 모습에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그, 점차 알려지면서 왕궁에 초대받게 되고 궁정 하인장 알로로가 페렐라처럼 되고 싶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그의 죽음을 둘러싼 그의 태도는 죽음 자체에 대해 가볍다는 정의와 무관심을 보이면서 점차 사람들의 분노는 그에게 기존의 호의에서 반대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하나의 연극을 보는듯한 구성으로 이어진다.



읽으면서 내내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그가 시종 '가볍다'라고 말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가 정작 원하지도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군중들의 파도에 휩쓸려 호의와 냉정한 비판의 양쪽 시선을 받는 과정은 논리적인 사실 앞에서도 여전히 자신들만이 보고 싶고 보고자 했던 사실만,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잔혹함을 보인 부분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렇다면 페렐레가 보인 태도와 말(그렇게 많이 내뱉는 말도 없지만...) 이 가벼운가, 아님 실제적으로는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가벼운 존재인가?




이 작품이 1911년에 출간된 실험적인 소설임을 감안하면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다는 점은 현시대의 대중 심리와 집단이 조성하는 '다른다'는 것에 대한 포용과 인정이 그다지 많은 변화를 보이지 않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죽음을 삶으로 대체하고, 사라짐을 통해 나타나라.' - p302




제목부터 흥미로웠던 작품, 특히 형식적인 면에서도 타 작품들과 비교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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